2026년 07월 10일(금)

트럼프 전화 한 통에 '레드카드'가 사라졌다?... 징계 유예된 발로건, 벨기에전 선발 출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월드컵 출전 선수의 징계 문제에 직접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제 스포츠계가 들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퇴장당한 미국 선수의 징계를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고, FIFA는 이례적으로 해당 선수의 1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1년간 유예하는 결정을 내렸다. 정치권력이 스포츠 판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월드컵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논란은 지난 2일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시작됐다. 미국 대표팀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트렸으나, 후반 19분 상대 선수의 발목을 밟는 거친 반칙으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미국은 2-0으로 승리하며 16강에 진출했지만, 핵심 공격수인 발로건은 자동 출전정지로 7일(한국 시간) 예정된 벨기에와의 16강전에 나설 수 없게 됐다.


2026년 7월 6일(현지 시간) 미국 대표팀의 폴라린 발로건(등번호 20번)이 시애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월드컵 16강전 미국과 벨기에의 경기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 GettyimagesKorea


그런데 경기 하루 전인 6일, FIFA는 돌연 발로건의 출전정지 징계를 1년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월드컵 역사상 레드카드를 받고도 출전정지 처분을 피한 사례는 매우 희귀하며, 현행 규정 아래 징계가 유예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을 통해 "FIFA가 엄청난 불의를 바로잡아준 것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2026년 7월 1일(현지 시간) 미국의 폴라린 발로건(20번)과 크리스티안 풀리식(10번)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타릭 무하레모비치(4번)에게 파울을 범해 발로군이 레드카드를 받자 아쉬워하고 있다. / GettyimagesKorea


미국 CBS뉴스 등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판티노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건 이후 이뤄졌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앤드루 줄리아니 백악관 월드컵 TF 책임자 등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발로건의 퇴장이 부당하다고 보고했으며, 미국축구협회의 난색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FIFA를 직접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FIFA 측은 징계위원회의 독립적인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성명을 통해 FIFA 사법 기구의 독립성을 강조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은 인정했다.


2024년 5월 5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가 마이애미 인터내셔널 오토드롬에서 열린 F1 마이애미 그랑프리 개막에 앞서 맥라렌 개러지에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 GettyimagesKorea


하지만 유럽 축구계의 반발은 극에 달했다. 벨기에 정부와 축구협회는 이번 결정을 "스포츠의 기본적인 규칙을 훼손한 행위"라며 즉각 항소했으나 FIFA는 이를 기각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또한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전례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독일 대표팀 차기 감독 위르겐 클롭과 제프 블라터 전 FIFA 회장 등 축구계 인사들도 "정치적 통화로 규정이 바뀌는 미친 짓"이라며 FIFA의 행태를 성토했다.


한편, 이번 징계 유예로 발로건은 벨기에와의 16강전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벨기에축구협회는 "충격을 받았다"며 끝까지 항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