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6일(월)

모스크바 콩쿠르 57년 역사상 처음... 한국 남녀 무용수 '시니어 1위' 나란히 차지

세계 최고 권위의 발레 콩쿠르 중 하나인 '제15회 모스크바 국제 발레 콩쿠르'에서 한국인 무용수들이 금빛 쾌거를 이뤘다. 한국 남녀 무용수가 시니어 부문 1위를 동시에 차지한 것은 대회 역사상 처음이다.


이강원(21·한예종4)과 김민진(20·한예종3)은 4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열린 최종 결선에서 시니어 듀엣 부문 남자 금상과 여자 금상을 각각 거머쥐었다.


여기에 한국예술영재교육원 재학생 박큰별빛(15)이 주니어 남자 솔리스트 부문 금상을 받으며 한국 발레의 저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 주니어 남자 솔리스트 부문 1위 역시 한국이 처음 획득한 기록이다.


'모스크바 국제 발레 콩쿠르' 시니어 듀엣 부문 남자와 여자 1위를 각각 차지한 이강원(왼쪽)과 김민진이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공연하는 모습. / 모스크바 국제 발레 콩쿠르


1969년 창설돼 4년마다 개최되는 모스크바 콩쿠르는 스위스 로잔, 미국 잭슨,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발레계의 최고 무대다.


대회는 시니어와 주니어 부문으로 나뉘며, 각 부문에서 솔로와 듀엣 경연이 진행된다. 특히 듀엣 부문에서는 파트너의 호흡뿐 아니라 개인별 실력을 별도로 평가해 시상한다.


이강원과 김민진은 3라운드 무대에서 '라 에스메랄다' 파드되(2인무)와 '백조의 호수' 지그프리트·오딜 파드되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심사위원들로부터 최고 점수를 받았다. 이강원은 2023년 미국 잭슨 국제 발레 콩쿠르 주니어 남자 부문 은상을 받은 경력이 있으며, 김민진은 올해 YAGP 시니어 파드되 부문에서 1위에 오른 실력자다.


'발레 천재 소년'으로 불리는 박큰별빛은 놀라운 점프력과 뛰어난 표현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YAGP 주니어 남자 솔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모스크바 콩쿠르에서 한국 무용수가 시니어 부문 금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최고 성적은 2009년 대회에서 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이동훈과 김리회가 듀엣 부문에서 각각 남성 은상과 여성 은상을 받은 것이었다. 주니어 부문에서는 현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 솔리스트 박선미가 2017년 듀엣 부문 금상을 받은 기록이 있다.


(왼쪽부터) 김민진·이강원·박큰별빛 / 모스크바 국제 발레 콩쿠르 홈페이지


고(故)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오랫동안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모스크바 콩쿠르는 현재 볼쇼이 발레를 만든 전설적 안무가의 이름과 함께 세계 발레계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미하일 바리시니코프를 비롯한 세계적 발레 스타들이 이 무대를 거쳐 갔다.


4년마다 열리는 대회 특성상 연령 제한(주니어 만 14~18세, 시니어 만 19~27세)을 감안하면 무용수들에게 출전 기회는 평생 한두 번에 불과하다.


더욱이 심사위원단이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해당 부문 금상을 수여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마린스키 수석무용수로 활약 중인 세계적 발레 스타 김기민도 2009년 대회 주니어 남자 부문에서 금상 없는 은상을 받았을 정도다.


올해 콩쿠르 심사위원단 10인 중 한 명으로 참여한 김선희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는 "한국 발레의 힘을 세계에 각인시켜 준 날이었다"며 "수상 무용수들이 벌써 세계 유수의 발레단에서 입단 제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