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4일(토)

성범죄 피해 뒤 이름 바꾸고 부대 옮긴 20대 여군, 또 상관에게 성폭력 피해

2021년 육군 부사관으로 임관한 20대 여성 A씨가 첫 부대에서 성범죄 피해를 당한 뒤 이름을 바꾸고 전출까지 갔지만, 새 부대에서 또다시 상관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2일 JTBC '사건반장'은 방송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A씨는 임관 후 첫 자대 배치를 받은 지 6개월 만에 남성 상관으로부터 성추행과 폭행 피해를 겪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사건의 충격으로 자해를 하고 입원 치료까지 받았던 A씨는 그러나 군인의 길을 포기할 수 없었다. 1년간 휴직한 뒤 2024년 11월 다른 부대로 전출했다.


새 부대에서 A씨는 선임인 남성 행정보급관 B씨의 도움을 받으며 적응해 나갔다. 전입 10개월이 지난 지난해 9월, 행정 업무를 설명해 주겠다며 B씨가 A씨의 집을 찾아왔다.


처방받은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들어 있던 A씨는 잠에서 깨어난 순간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했다.


B씨가 알몸 상태로 자신의 위에 올라타 있었고, 본인의 옷도 벗겨진 상태였다. A씨는 "처음에는 수면제 때문에 내 기억을 의심했다. 하지만 집 안 홈캠에 가해자의 알몸이 촬영돼 있었다"고 밝혔다.


A씨는 곧바로 화장실로 피신해 군 간부 단체 대화방에 "집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빨리 와 달라"고 구조를 요청했다. B씨는 출동한 군 간부와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경찰 조사에서 B씨는 "신체를 만지고 성관계를 시도만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바라기센터의 DNA 검사 결과와 홈캠 영상 등의 증거를 바탕으로 헌병은 B씨를 '군인 등 준강간' 혐의로 군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 발생 후 1년이 다 돼 가지만 수사는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다. 


A씨는 사건 이후 다시 휴직하고 정신과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공황장애와 스트레스성 원형탈모, 극심한 트라우마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병원비와 생활비 부담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군 내부의 2차 가해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경찰 신고 사실을 부대에 알린 뒤 한 상관으로부터 "언론 플레이하지 마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첫 부대에서 성범죄를 당한 뒤 부대도 옮기고 이름까지 바꿨는데 또 이런 일을 겪었다"며 "이제는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두렵다"고 호소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그는 "지금 전역하면 사건이 흐지부지 끝날 것 같아 군을 떠나지도 못하고 있다"며 "가해자가 하루빨리 처벌받고 사건이 제대로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지훈 변호사는 사연을 접한 뒤 "이번 사건은 군인 등 준강간죄가 적용된 사안으로 DNA와 영상 등 주요 증거가 확보된 만큼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다만 "사건 발생 후 10개월이 지나도록 수사에 큰 진척이 없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