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게임사 위메이드가 창업 26년 만에 중국계 자본에 경영권을 넘기면서 게임업계가 적잖은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이번 거래가 단순한 최대주주 변경을 넘어 국내 주요 게임사의 경영권이 해외 자본으로 이전되는 드문 사례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게임 산업을 대표하는 지식재산(IP) 가운데 하나인 '미르의 전설' 시리즈를 보유한 기업의 소유 구조가 바뀌게 되면서 향후 국내 게임 산업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위메이드는 지난 2000년 박관호 의장이 설립한 국내 1세대 게임 개발사다. 박 의장은 액토즈소프트에서 '미르의 전설' 개발을 주도한 뒤 위메이드를 창업했고, 2001년 출시한 '미르의 전설2'는 국내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한국 게임 산업을 대표하는 IP로 자리 잡았다.
'미르의 전설'은 중국에서 수많은 라이선스 게임이 출시되는 등 오랜 기간 위메이드의 핵심 수익원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위메이드 매출 6140억 원 가운데 약 1071억 원이 미르 IP 라이선스 사업에서 발생할 정도로 중국 시장의 비중은 여전히 크다.
최근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게임과 가상자산 '위믹스(WEMIX)' 사업을 적극 추진했지만, 위믹스 상장폐지와 초과 유통 논란, 관련 수사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을 겪었다. 이에 박 의장은 지난해 약 12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해 회사를 정상화하는 데 집중했고, 위메이드는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들어서는 20년 넘게 이어져 온 중국 내 미르 IP 로열티 분쟁도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사업 안정성도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회사가 안정세를 되찾은 시점에서 박 의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이 보유한 위메이드 지분 39.33%를 네오펄스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거래 금액은 총 9200억 원이며, 잔금 지급이 완료되는 오는 10월 말 이후 네오펄스는 위메이드 지분 40.25%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되고 경영권도 넘겨받는다.
네오펄스는 지난해 설립된 투자 플랫폼 기업으로, 홍콩 소재 투자운용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대표인 천웨이는 중국 알리바바 측과 긴밀한 관계를 가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 위메이드는 이번 거래가 인공지능(AI) 기반 미래 게임 개발과 중국 시장 확대라는 공동 비전을 바탕으로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네오펄스 역시 위메이드의 MMORPG 개발 역량과 중국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미르 IP를 주요 투자 이유로 제시했다. 향후 중국 IT 기업과 게임 퍼블리셔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글로벌 신작 개발과 IP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공식적으로는 중국 시장 확대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설명이지만, 회사 가치가 높아진 시점에 경영권을 넘겼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올해 미르 IP를 둘러싼 중국 내 주요 로열티 분쟁이 잇따라 마무리되면서 IP의 사업 가치가 크게 높아졌고, 중국 시장에서의 사업 확장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네오펄스가 지난해부터 박 의장 측 지분 구조 정리에 참여했던 점 등을 들어 오래전부터 경영권 이전이 준비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지만, 이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은 없으며 당사자 역시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거래에서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중국 자본이 단순 투자자가 아니라 최대주주로 올라 경영권까지 확보하게 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중국 기업들이 국내 게임사에 전략적 투자를 하거나 일부 지분을 보유한 사례는 있었지만, 창업주 지분 대부분을 인수해 회사를 직접 경영하는 사례는 흔치 않았다.
이에 따라 향후 위메이드의 사업 방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까지 회사는 서비스 중인 게임 운영과 개발 프로젝트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위메이드맥스 손면석 대표는 최근 사내 공지를 통해 "위메이드맥스가 해야 할 일은 달라지지 않고, 그룹 내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며 "이번 변화는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나이트 크로우'의 중국 판호 발급을 언급하며 중국 시장 전략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고도 밝혔다.
국내 개발 조직이 현재와 같은 규모와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역시 불확실한 사안이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말 기준 450여 명의 국내 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조직 개편이나 구조조정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다.
이번 거래는 국내 게임 산업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남긴다. 개발 비용 증가와 글로벌 경쟁 심화로 대규모 자본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해외 자본의 투자가 산업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국내 대표 게임사의 핵심 IP와 경영권이 해외 자본으로 넘어가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은 IP를 보유한 국내 게임사들이 향후 인수 대상으로 거론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위메이드의 경영권 매각은 국내 게임 산업이 글로벌 자본과 어떤 방식으로 공존하고 경쟁해 나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