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금융권 대출 잔액이 1100조 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연체액 역시 처음으로 22조 원을 돌파한 가운데 폐업한 소상공인 10명 중 7명은 부채를 떠안고 시장을 떠나는 것으로 나타나 자영업 발 금융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 금융권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2조 6000억 원 증가한 1095조 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1000조 원을 넘어선 이래 전반적인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같은 기간 연체 지표도 악화돼 연체액은 지난해 말 대비 2조 원 늘어난 22조 3000억 원을 기록했으며 연체율은 1.86%에서 2.04%로 뛰었다.
제2금융권의 부실 징후는 더욱 뚜렷하다.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12.79%까지 올랐고 카드사와 캐피털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연체율도 3.98%에 달했다. 한국은행은 자영업자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연간 이자 부담이 약 1조 8000억 원 늘어나며, 다중채무자의 경우 1인당 평균 이자 부담이 65만 원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부채 증가세는 매출 부진 속에 자영업자들이 대출로 연명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5년 소상공인 폐업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폐업 사업자는 97만 6000개로 전년의 100만 8000개보다 소폭 줄었으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상은 다르다.
폐업 사유의 70.9%가 수익성 악화와 매출 부진이었고, 원인으로는 '내수 부진에 따른 고객 감소'가 62.5%로 가장 많았다.
폐업 소상공인의 68.5%는 폐업 당시 평균 8531만 원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대출금 상환'(45.5%)을 지목했다. 사업 정리 이후에도 가계 생계비 부족과 채무 부담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지속됐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은 "폐업 사업자가 97만명대로 줄었지만 여전히 100만명에 육박하는 만큼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내수 부진과 디지털 전환에 적응하지 못한 고령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희망리턴패키지 지원 현실화, 고용보험 가입 확대 등을 추진하고, 나아가 내수 회복에도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폐업 소상공인의 재기를 돕기 위한 안전망 구축에 고삐를 죄고 있다. 중기부는 지난해 10월 도입한 '소상공인 회복 및 재기 지원방안'에 따라 매출과 채무 데이터를 분석해 위기 징후를 조기 포착하고 시중은행 등과 연계해 '위기 알림톡'을 10만 건 이상 발송했다.
폐업 소상공인에게는 '희망리턴패키지'를 통해 점포 철거비를 최대 600만 원까지 확대 지원하고 있으며 법률 자문과 정책자금 분할 상환 등의 채무 부담 완화책도 제공 중이다.
재창업자에게는 최대 2000만 원의 사업화 자금을, 취업 희망자에게는 맞춤형 교육과 최대 100만 원의 전직장려수당을 지급한다.
중기부는 오는 9월 폐업 이후의 취업 및 재창업 경로를 분석한 첫 통계를 발표할 예정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폐업 소상공인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위기 진단부터 폐업, 재창업·취업까지 단계별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며 "내수 회복과 함께 재기 지원, 사회안전망 확충에도 지속해서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