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3일(금)

"리얼돌·폰 폐기했는데 처벌 못해?"... 여고생 살해 장윤기 '현직 경찰' 父 증거인멸 논란

광주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의 부친이 아들의 범행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친족의 증거인멸을 처벌하지 않는 현행법에 따라 입건되지 않았다. 이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친족 특례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난 1일 광주지검에 따르면 앞서 5월 5일 오전 0시 11분쯤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고등학생 이채원 양(16)에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윤기는 강간 목적으로 이 양을 공격했으며, 이를 막으려던 고등학생 고모군(17)도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는다.


장윤기는 범행 이틀 전인 지난 5월 3일에는 함께 식당에서 근무하던 외국인 여성 A 씨(26)의 집에 침입해 강간한 뒤 약 13시간 동안 감금한 혐의도 받고 있다.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씨가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6.5.14/뉴스1


검찰은 장윤기가 평소 지인들과 나눈 대화 내용과 A 씨에 대한 범죄 수법, 집에서 발견된 리얼돌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성범죄 목적으로 납치를 시도하다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살인미수, 살인예비,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의 친부가 아들의 주거지에 있던 리얼돌과 여러 대의 휴대전화 등 증거물을 폐기한 정황을 포착했다. 장윤기는 자신이 영산강에 버린 휴대전화 1대와 경찰에 압수된 공기계 1대 외에도 여러 대의 휴대전화를 소지했던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부친이 폐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증거인멸이 이뤄진 정황을 확인했지만, 형법상 증거인멸 등과 친족간의 특례로 인해 혐의가 성립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장윤기의 아버지를 입건하지 못했다.


현행법은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친족 또는 동거 가족이 본인을 위해 죄를 범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특례를 두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현직 경찰관인 아버지가 중요 증거를 인멸했음에도 처벌을 피한 것과 관련해 친족 특례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6.6.9/뉴스1


정 장관은 "경찰 수사에서 압수되지 않았던 증거들의 존재 사실을 검찰 보완 수사 단계에서 확인해 장윤기의 성범죄 의도를 밝혀냈다"며 "당초 경찰이 송치했던 단순 살인이 아닌 ‘강간 목적 살인죄’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고 설명했다.


단순 살인의 경우 형량 하한선이 징역 5년이지만, 강간 목적 살인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만 선고 가능해 형량이 더욱 무겁다.


정 장관은 "지난해 가족 간 절도, 사기 등 재산 범죄의 처벌을 면제해 주던 친족상도례 규정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폐지됐다"며 "친족 특례 역시 개선돼야 할 부분은 없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故) 이채원 양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장윤기는 법정에서 성범죄 목적에 의한 살인 부분을 제외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장윤기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13일 광주지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