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별 분산된 발전 자산 한곳에 묶어 연말 출범
KKR 51%·SK㈜ 49% 지분 구조...외부 청정전력 수요 겨냥
"개별 회사 단위로는 규모 확대 한계...가장 빠른 확장 방식"
SK㈜가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신재생 발전 자산을 글로벌 사모펀드 KKR과 함께 하나의 법인으로 묶는다. 현재 약 1.7GW(기가와트)인 전력 용량을 2031년 10GW까지 키우는 게 목표다. 신재생에너지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발전 자산이 여러 계열사에 나뉘어 있어 개별 회사 단위로는 투자 속도와 규모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일 SK㈜는 KKR이 운용하는 펀드와 신재생에너지 통합법인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SK에코플랜트, SK디스커버리 3사는 각사가 보유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자산을 KKR에 매각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자산을 바탕으로 올해 말 통합법인 'HoldCo(가칭)'가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분산 자산 묶어 규모 키운다
통합법인의 지분은 KKR이 51%, SK㈜가 49%를 보유한다. 초기 경영권은 KKR이 갖는다. SK㈜는 49% 지분을 통해 통합법인 성장에 따른 지분가치 상승과 배당을 기대할 수 있다. 향후 협상을 통해 경영권 확보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번 거래는 외형상 계열사 보유 자산을 KKR에 넘기는 구조다. 다만 SK㈜는 신재생 사업을 정리하는 거래가 아니라, 외부 자본을 붙여 흩어진 자산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키우는 사업 재편으로 설명한다. 발전 자산을 통합하면 개발, 건설, 운영, 유지보수, 장비 발주에서 규모의 경제를 낼 수 있다.
SK㈜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늘고 있지만 발전 자산이 계열사별로 분산돼 있어 개별 회사 단위로는 규모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통합법인을 통해 자산을 한데 묶고 외부 자본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빠른 확장 방식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통합법인은 태양광, 해상·육상풍력, 연료전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포괄한다. 수소를 제외한 신재생 발전 분야가 대상이다. 계열사별로 나뉘어 있던 소규모 발전 자산을 한 플랫폼으로 묶어 신규 프로젝트 개발과 운영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SK 내부용 아닌 외부 수요도 고려
전력 공급 대상은 SK 계열사에 한정되지 않는다.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생산라인, RE100 대응이 필요한 제조기업 등 청정전력 수요가 있는 외부 고객까지 겨냥한다. 그룹 내부용 발전사가 아니라, 국내 산업계의 청정전력 수요를 받는 플랫폼에 가깝다.
사업 규모는 현재 약 1.7GW에서 2031년 10GW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10GW는 100MW급 대형 데이터센터 100개를 동시에 가동할 수 있는 규모다. 다만 실제 증설 속도는 전력 수요, 인허가, 계통 접속,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SK가 KKR을 파트너로 택한 배경에는 신재생 사업의 자본 집약적 구조가 있다. 발전 자산을 키우려면 부지 확보, 인허가, 개발, 건설, 운영 단계마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개별 계열사가 자체 차입이나 증자로 투자 재원을 마련하면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SK는 KKR 자본을 활용해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계열사별 부담을 낮추는 구조를 택했다.
KKR은 글로벌 인프라 투자 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 자산을 꾸준히 늘려온 운용사다. 총 1천억달러, 약 150조원 이상의 인프라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2011년 이후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분야에 투자한 금액은 약 310억달러, 약 47조7천억원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에너지 전환 투자를 확대해왔다. 인도 청정에너지 공급 플랫폼 세렌티카 리뉴어블스, 호주 분산형 에너지 플랫폼 클린피크 에너지, 오프그리드 에너지 솔루션 업체 제니스 에너지 등이 주요 투자 사례다. SK는 KKR의 인프라 운용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합법인 운영에 활용할 계획이다.
김양한 KKR 인프라 동북아대표는 "한국은 반도체, 데이터센터, 제조업 전반에서 청정전력에 대한 기업 수요가 견조해 아시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재생에너지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며 "양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국내 산업계의 높은 전력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플랫폼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 관계자는 "이번 신재생에너지 사업 통합은 사업의 지속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선제적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일환"이라며 "KKR의 자본력과 SK의 실행력을 결합해 급증하는 청정에너지 수요에 대응하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법인은 올해 말 출범을 목표로 남은 자산 양수도 절차를 진행한다. 2031년 10GW는 중장기 목표로 제시된 수치다. 정식 사명과 경영진 구성, 자산별 세부 용량, 단계별 증설 계획은 출범 전후로 구체화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