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0일(목)

이태원 참사 현장서 사투 벌였던 '구조 영웅', 첫 희생자로 인정받았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벌인 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다 사망한 상인이 이태원 참사의 공식 '희생자'로 인정됐다.


30일 10·29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참사 당시 현장에서 구조에 동참했던 지역 상인 백모 씨를 희생자로 판단하는 내용의 진상규명 조사 결과보고서를 의결했다. 


특조위가 출범한 이후 정신적 피해로 인한 사망자를 희생자로 공식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두환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이태원특조위) 신임 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골목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2026.6.23 / 뉴스1


위원회는 백 씨의 참사 전후 행적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견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백 씨의 사망이 참사로 인한 정신적 충격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백 씨는 지난 2022년 참사 발생 당시 현장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의식이 없는 환자들을 눕히고 이송 공간을 확보하는 등 적극적으로 구조 활동에 나섰다.


이후 극심한 우울증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백 씨는 지난 4월 29일 경기도 포천 왕방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특조위 조사에 참여한 심리학 전문가는 백 씨가 참사 현장에서 구호 및 사망자 이송 과정을 직접 겪으며 심각한 외상을 입은 것으로 분석했다.


송두환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이태원특조위) 신임 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골목을 찾아 헌화 후 묵념하고 있다. 2026.6.23 / 뉴스1


조사 결과 백 씨는 참사 이전에는 외향적이고 활달한 성격으로 유대 관계가 원만했으나, 사건 이후 대화가 단절되고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등 급격한 심리적 변화를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가족 측은 백 씨가 사망 전에도 두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특조위는 이번 진상규명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유사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적 개선책을 정부에 권고했다. 


송두환 특조위원장은 "이번 결정을 계기로 유사한 피해를 겪는 분들이 제도의 문턱 앞에서 다시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피해자 지원 제도의 미비점을 살피고 개선하는 데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