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4일(토)

물에 빠진 아이 3명 구했던 체육교사... 마지막 순간에도 4명 살리고 떠났다

갑작스럽게 뇌종양 진단을 받고 뇌사 상태에 빠졌던 50대 남성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장기기증을 통해 4명에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났다. 


30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8일 원광대학교병원에서 김상현(58) 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과 폐, 양측 신장을 4명의 환자에게 기증하고 영면에 들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5월 뇌종양 진단을 받은 뒤 병세가 악화됐고, 약 한 달 뒤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


김씨의 가족은 고인이 누군가의 삶 속에서 계속 살아 숨 쉴 수 있다면 그것이 가족을 떠나보내며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판단해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기증자 김상현씨. / 사진 제공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김 씨는 평소 위험에 처한 이웃을 보면 주저 없이 행동으로 나서는 인물이었다. 2012년에는 전북 전주의 한 하천에서 물에 빠진 유치원생 3명을 구조해 당시 전북지방경찰청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고인의 세 딸 중 첫째 딸은 "아버지가 위험에 빠진 학생과 아이들을 구한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들었다"라며 "헌혈도 꾸준히 할 만큼 늘 남을 먼저 챙기던 분이셨다"라고 회상했다.


전북 남원에서 태어난 김 씨는 약 20년 동안 중·고등학교 체육 교사로 재직했다. 운동에 탁월한 재능과 열정을 가진 그는 마라톤과 테니스 등 여러 종목에서 실력을 발휘했으며, 교직 생활을 마친 이후에도 최근까지 테니스 지도자로 활동했다. 고인의 장례식장을 방문한 제자들은 생전 언제나 진심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치던 스승의 모습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김 씨는 딸들에게 고인은 언제나 유쾌하고 다정한 아버지였다고 한다. 주말이면 가족이 함께 등산을 다녔고, 딸들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테니스장을 오가며 성장했다. 아버지가 즐긴 운동은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매개체가 됐고, 세 딸에게는 소중한 추억으로 각인됐다.


첫째 딸은 평생 누구보다 활동적으로 살아온 아버지가 갑자기 병상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다 세상을 떠난 것을 가장 안타까워했다. 그는 아버지에게 "하늘나라에서는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운동도 마음껏 하셨으면 좋겠다. 효도를 많이 못 한 것 같아 죄송하다. 고맙습니다"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구했던 김상현 님의 삶은 마지막 순간에도 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나눔으로 이어졌다"라며 "어려운 결정을 내려주신 유가족께 깊은 감사와 위로를 전하며 고인이 몸소 보여준 용기와 따뜻한 마음이 오래도록 기억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