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시니어 레지던스가 제약·바이오업계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한미약품그룹이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입장 번복으로 핵심 신사업 진출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추진됐던 반포 시니어케어 사업이 돌연 철회된 이후, 최근 가톨릭대학교가 해당 사업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당시 사업 중단의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의 결정으로 한미약품이 의료·헬스케어와 프리미엄 시니어 주거를 결합한 미래 먹거리 시장 선점 기회를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신 회장이 과거 개인회사인 한양에스앤씨를 통해 정부 지원금을 받은 뒤 약속했던 고용 목표를 이행하지 않아 대법원으로부터 보조금 환수 판결을 받았던 사실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최대주주의 의사결정 일관성과 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지난해 6월 폴캐피탈 컨소시엄이 추진하는 서울 반포 시니어케어 사업에 160억 원 이상을 투자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당시 신 회장 역시 해당 안건에 찬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불과 나흘 뒤 열린 이사회에서 신 회장은 서울성모병원의 사업 참여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를 들어 기존 입장을 바꾸며 사업 철회를 주장했고, 결국 이미 의결된 투자 계획은 백지화됐다.
하지만 최근 가톨릭대학교 산학협력단이 반포 복합개발사업 '포스 힐 반포' 시행사인 폴코리아반포PFV와 업무협약을 맺고 메디컬 허브와 웰니스 시설 조성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당시 사업 철회의 근거로 제시됐던 논리는 설득력을 잃게 됐다.
서울성모병원을 비롯한 가톨릭대학교 의료 인프라가 실제 사업의 핵심 기반으로 구축되면서, 결과적으로 한미약품은 미래 성장사업 진출 기회를 스스로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국내 제약업계는 시니어 헬스케어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종근당은 계열사를 통해 시니어 레지던스와 너싱홈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웅제약과 차바이오그룹도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최근 서울 용산의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소요한남 바이 파르나스'가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것 역시 시장 성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이 같은 논란은 최근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과도 맞물려 있다. 신 회장은 주주 간 계약을 번복한 것과 관련해 약 6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인 가운데, 과거에는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 한양에스앤씨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뒤 약속했던 고용 목표를 이행하지 않아 지급받은 보조금을 반환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은 사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한양에스앤씨는 정부 지원을 받는 대신 일정 규모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기로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못했고, 결국 정부와의 법적 분쟁 끝에 보조금을 환수해야 한다는 최종 판결이 내려졌다.
공적 영역에서의 고용 약속 미이행과 최근 주주 간 계약 번복, 시니어 레지던스 투자 철회 등이 잇따르면서 시장에서는 최대주주의 의사결정 일관성과 신뢰 문제가 한미약품그룹의 지배구조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최대주주의 신뢰도가 단순한 개인의 평판을 넘어 상장사의 지배구조 안정성과도 직결되는 요소라고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최대주주가 계약을 성실히 이행하고 일관된 의사결정을 유지하는지를 기업 가치의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반대로 계약이나 약속이 반복적으로 번복될 경우 향후 경영권 협상이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도 예측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공적 영역인 정부 보조금 지급 조건과 사적 영역인 주주 간 계약 모두에서 약속 이행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은 향후 신 회장이 주도하는 경영 의사결정에 대한 시장의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주주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계속될 경우 투자 심리 위축과 지배구조 불확실성 확대, 소액주주들의 우려 증가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