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28일(일)

1980년 '불법구금·재산헌납' 당한 故 김종필... 법원, 유족에 '국가 배상' 판결

1980년 비상계엄 당시 신군부에 의해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재산을 강제 헌납당한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는 김 전 총리의 장녀 김예리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원고에게 1억4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김 전 총리는 1980년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 당시 권력형 부정 축재 혐의자로 지목돼 자택에서 연행된 후 47일간 불법 구금됐으며, 국회의원직 사퇴와 재산 헌납을 조건으로 석방됐다. 


김종필 전 총리 / 뉴스1


당일 계엄사령부는 "김 전 총리 등은 권력형 부정 축재자로, 정부의 정화 의지에 순응해 재산을 국가에 자진 헌납할 것을 다짐했으며 모든 공직에서 스스로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유족은 김 전 총리 서거 이후인 2019년 부당이득반환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증여 행위 무효를 인정하지 않고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이후 유족은 2022년 12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진실화해위는 2024년 10월 "국가가 강압으로 국회의원직 사퇴서를 받고, 강압으로 얻은 서류를 토대로 재산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해 의사결정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를 바탕으로 유족은 지난해 1월 "선친이 재산을 강탈당하고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하는 등 불법행위를 당했으며, 부정 축재자로 매도되는 등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위자료 청구 소송을 다시 제기했다.


김종필 전 총리 / 뉴스1


재판 과정에서 국가 측은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결정은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법정 효력이 없고, 망인은 자발적으로 재산을 헌납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으며 손해배상청구권은 이미 소혈시효가완성됐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진실화해위의 결정을 인용하며 "합수부는 망인을 구속영장 등 적법한 인신구속절차 없이 연행해 구금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구금 과정에서 협박 등 강압적인 방법을 통해 재산을 헌납하는 취지의 기부서 및 국회의원직 사퇴서 등을 작성하게 했다는 것이 인정된다"며 "이런 행위는 공권력을 남용한 직무상의 불법행위로, 망인과 그 가족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과거사정리법이 규정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에 해당해 민법상 10년의 장기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명시됐다. 


재판부는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4년 10월 14일 원고에게 진실 규명 결정을 통지했다"며 "3년 이내인 2025년 1월 31일 이 사건 소를 제기했기에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