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27일(토)

일본인 아기 사망케 한 '시속 100km' 고령 택시기사, 실형 면했다

서울 용산구에서 택시를 몰던 70대 기사가 중앙선을 침범해 생후 9개월 된 일본인 아기를 숨지게 한 사고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제한속도의 2배에 가까운 과속 운전이 참사로 이어졌지만, 유족의 처벌불원 의사 등이 양형에 반영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5단독 김형석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강모씨(70대)에게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사회봉사 40시간과 준법운전 강의 40시간 수강도 명령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강씨는 지난해 10월 21일 오후 7시께 서울 용산구의 한 도로에서 택시를 운전하던 중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에서 오던 승용차와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강씨의 택시에 탑승해 있던 일본 국적의 20대 부부가 각각 전치 10주와 12주의 중상을 입었다. 부부의 생후 9개월 된 딸은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약 한 달 뒤 허혈성 뇌손상으로 끝내 사망했다.


조사 결과, 사고 당시 상황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강씨는 제한속도가 시속 50km인 도로에서 시속 100km에 가까운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특히 과속 상태에서 속도를 줄이려다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잘못 밟아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 전형적인 페달 조작 미숙과 과속이 결합되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재판부는 "제한속도를 초과해 운행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해 차량들을 연쇄 충돌시키고, 차량 승객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죄질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제한속도의 2배 가까운 과속은 명백한 교통법규 위반이라는 판단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다만 재판부는 양형 과정에서 여러 정상 참작 사유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강씨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점, 유족과 피해자들이 강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이 핵심적으로 작용했다. 또한 강씨가 이전에 벌금형보다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도 양형에 영향을 미쳤다.


이번 사건은 고령 운전자의 안전 문제를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불특정 다수를 태우는 여객운송업인 택시의 기사가 페달 조작을 착각하고 과속까지 한 상황은 고령층의 운전 능력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용산구 일대는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이 혼재되어 보행자와 차량 통행이 많은 곳인 만큼, 더욱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판결로 강씨는 실형을 면했지만, 3년간의 집행유예 기간 동안 재범 시 형이 합산되어 복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