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체육관 앞은 경기 시작 전부터 이미 하나의 전장이었다. 관객들은 티켓을 들고 경기장으로 향했지만, 현장은 단순한 e스포츠 대회장이 아니었다.
보급트럭과 수송기 포토존, 블루존을 형상화한 입구 연출, 곳곳에 배치된 체험존은 팬들을 자연스럽게 배틀그라운드 세계관 안으로 끌어들였다.
2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국가대항전 '펍지 네이션스 컵(PNC) 2026 인 서울' 그랜드파이널이 개막했다.
올해 PNC는 국가대항전 e스포츠 대회라는 본질에 몰입형 페스티벌 요소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대회 슬로건 역시 '게임플레이·관객·경험이 하나의 무대에서 하나로 어우러지는 곳'이다.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 앞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경기장 외벽을 채운 노란색과 검은색의 배틀그라운드 그래픽이었다.
팬들의 발걸음은 지하철 동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부터 자연스럽게 행사장으로 이어졌다. 곳곳에 설치된 안내물과 브랜딩은 단순한 길 안내가 아니라, 관객을 하나의 세계관 안으로 끌어들이는 장치처럼 보였다.
현장에서 대회 슬로건은 꽤 직접적으로 구현돼 있었다. 관객은 티켓을 확인하고 곧장 객석으로 들어가는 대신, 경기장 바깥에서부터 여러 단계를 거쳐 안으로 이동했다.
티켓부스와 웰컴 키트, 오프로드 보급트럭, 수송기 포토 스팟, 배틀그라운드 라운지, 이머시브 복도까지 이어지는 동선은 하나의 '팬 저니'로 짜여 있었다.
야외 광장에서는 PUBG 보급 콘셉트를 적용한 오프로드 보급트럭이 관객을 맞았다. 게임 속에서 보급품을 발견했을 때의 익숙한 장면을 현실 공간에 옮긴 연출이다.
관객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고, 굿즈를 살펴보고, 서로 응원팀 이야기를 나누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장충체육관 안으로 들어서면 분위기는 한층 더 짙어진다.
1층 입구에는 LED 커튼을 활용한 '블루존' 연출이 적용됐다. 관객이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실제 게임 속 안전지대와 전장의 경계를 통과하는 듯한 감각을 주는 장치다.
내부로 들어서자 중앙의 프로젝션 스테이지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앞으로는 무대와 객석, 팬존이 하나의 필드처럼 연결돼 있었다.
관객은 자리에 앉아 경기를 보는 사람인 동시에 체험존을 오가며 현장의 에너지를 직접 느낄 수 있는 구조다. 단순 관람자가 아니라, 현장을 함께 채우는 참여자에 가까웠다.
곳곳에는 에어브러시 커스텀, 워페인팅, 그래피티 포토월 등 관객이 대회 분위기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콘텐츠가 배치됐다.
배낭 무게를 9.00kg으로 맞추는 '파이널 9KG', 두 사람의 기록 합을 9.00초에 맞추는 '하이퍼 나인 싱크' 등 게임존도 관객을 맞이했다. PUBG 9주년이라는 상징을 현장 게임으로 풀어낸 구성이다.
여기에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도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 스트릿 댄스, 요요 프리스타일, 비트박스, B-BOY 서커스 쇼, 코스튬 콘테스트, 팬 토크쇼, DJ 퍼포먼스 등은 팬들이 경기장에 머무는 시간 자체를 하나의 축제로 만들었다.
PNC 2026은 3일간 각기 다른 테마를 적용한다. 첫날은 'ARRIVAL·DROP IN'이다. 맵에 처음 낙하하는 감각을 조명으로 표현해 대회의 시작을 알린다.
둘째 날은 'BELONG·ALLIED'로 국가대항전 특유의 소속감과 연합의 분위기를 강조한다. 마지막 날은 'WITNESS·FINAL CIRCLE'로, 최종 결전을 앞둔 긴장감과 집중감을 낮은 조도와 포인트 조명으로 압축한다.
이번 PNC 2026 인 서울은 '경기를 잘 보여주는 것'에 머물지 않았다. 관객이 경기장을 찾아오고, 입장하고, 머무르고, 응원하는 모든 과정을 하나의 경험으로 설계했다는 점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e스포츠는 온라인 화면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얼마나 강한 경험을 만들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PNC 2026은 그 변화를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게임플레이와 관객, 현장 경험이 하나의 무대 위에서 맞물리며 e스포츠가 다시 한번 축제의 형태로 확장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