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멋진 신세계'의 작가가 출판사 김영사를 통해 청헌대군의 유배지 일기를 추가 공개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적셨다. 이번에 공개된 기록은 드라마 최종회에서 현생의 차세계가 박물관 전시실에서 눈물을 흘리며 마주했던 바로 그 일기의 상세한 내용이다.
'병오년 시월 정축일의 기록'이라는 제목의 이 일기는 청헌대군이 유배지에서 단심과의 마지막 만남을 앞두고 쓴 것이다. 허남준이 연기한 청헌대군과 임지연이 연기한 단심의 애틋한 감정선이 글 속에서 생생히 되살아난다.
밤새 지붕을 흔들던 폭우가 그치고 아침이 밝았다. 청헌대군은 빗물로 몸가짐을 정돈한다. 어마마마의 전갈로 단심이 어찰 행렬에 동행한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오시가 되기만을 애타게 기다린다.
청헌대군은 일기에 "거스러미가 돋아난 손발은 어찌 가려본다 해도, 파리한 안색은 감출 도리가 없다"고 적었다. 이어 "죄인 신세에 면경이라니… 이 꼴을 보면 너는 뭐라 할까. 우습다 할까. 가엾다고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초라해진 자신을 단심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심정을 토로했다.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부분은 유배지 마당에 심은 '해당화' 이야기다. 청헌대군은 사립문 너머 절벽 아래 피어난 붉은 꽃을 발견한다. 바닷가 모래땅에만 피어난다는 해당화였다.
그는 병졸에게 은자 한 닢을 주며 그 꽃을 뽑아다 마당에 옮겨 심었다. 청헌대군은 "주인 없는 그 전각에 아무렇게나 피어 있던 이름 모를 꽃을 닮은 것 같다. 그 꽃을 닮은 아이의 맹랑한 눈동자도 떠올랐다"고 썼다.
하지만 유시가 되도록 도착하지 않는 행렬을 기다리며 바람에 흔들리는 해당화를 보고 "붉은 꽃이 화사하니 가지로 둘러쳐진 초가가 되레 초라하기 그지없다"며 쓸쓸히 자책했다.
행렬이 가까워지자 청헌대군은 단심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가슴을 무너뜨리는 다짐을 한다. 자신과 엮이면 목숨이 위태로워질 단심을 밀어내기 위해 모진 말을 준비한 것이다.
청헌대군은 "이리 독한 말로 물리쳐야지. 그것이 너를 살리는 길이 될 터이니… 꿈에서도 그리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을 고맙다 해야 할까. 너를 보고 싶은 마음 반, 피하고 싶은 마음 반. 팬스레 손끝이 움츠러든다"고 적으며 벼랑 끝에 선 절박함을 드러냈다.
일기의 마지막은 단심에게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했던 진심으로 끝을 맺는다. 이 절절한 고백은 300년을 지나 현생의 차세계에게까지 이어졌다.
"나는 아직도 네게 사내이고 싶은가 보다. 의기가 흩어지니 문득 네게 진실을 고하고 싶어진다. 사실 거짓이라고. 나를 기억에서 지우라는 말 따위 전부.. 거짓이라고."
'멋진 신세계'는 전생의 비극적인 사랑을 현생에서 서리꽃처럼 피워내며 높은 호응을 얻었다. 작가가 종영 후 깜짝 선물로 내놓은 청헌대군의 미공개 유배지 일기는 드라마 팬들에게 깊은 울림과 지울 수 없는 여운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