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편의점 시장은 CU, GS25, 세븐일레븐을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대표적인 유통 산업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슷해 보이는 편의점들이지만, 각 기업이 성장해 온 배경과 경쟁력의 원천은 생각보다 크게 다르다.
그중에서도 BGF리테일은 독특한 위치에 있다. 다른 대형 유통기업들이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속에서 편의점 사업을 운영해 온 반면, BGF리테일은 사실상 편의점 사업 자체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기업이기 때문이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국내 편의점 업계를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덕분에 우리는 전국 어느 곳에 가도 CU 점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CU가 업계 1위를 유지하는 이유는 단순히 점포 수를 늘린 결과로만 보기 어렵다. 30년 넘게 축적된 현장 경험과 운영 데이터, 그리고 독자 브랜드 구축이라는 과감한 선택이 지금의 CU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BGF리테일의 시작은 지난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네 슈퍼마켓이 국내 유통시장의 중심이던 당시, 일본식 편의점 모델을 들여온 게 바로 BGF의 전신인 보광그룹이다.
보광그룹은 일본 훼미리마트와 손잡고 국내에 편의점 사업을 도입했다. 덕분에 지금은 익숙한 24시간 운영, 체계적인 물류망, 본사와 가맹점 간 운영 시스템, 상품 발주 관리 등이 새로운 유통 혁신으로 떠올랐다.
일반적으로 편의점 사업을 떠올리면, 좋은 상품을 들여오는 게 전부인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상품을 얼마나 발주해야 하는지, 점주의 수익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등 수없이 많은 복잡한 판단을 요구한다.
이 시기 BGF는 점포 수 증가에 집중하기보다 어떤 입지가 성공하는지, 어떤 상품이 잘 팔리는지, 매장 운영에 있어 어느 정도의 면적과 동선이 가장 효율적인지 등의 데이터를 30년 넘게 축적해 왔다.
이러한 축적의 결과는 지난 2012년 BGF리테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이어진다. 당시 훼미리마트는 이미 전국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한 브랜드였다. 대부분의 기업이라면 익숙한 브랜드를 바탕으로 수익 창출을 유지하는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BGF는 일본 훼미리마트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독자 브랜드인 'CU'를 출범시키는 결단을 내렸다.
훼미리마트가 CU로 변화한 건 간판 교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일본 본사에 매년 지급하던 로열티를 국내에 머물게 했고, 한국 시장에 맞는 상품과 마케팅 전략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브랜드 인지도 하락이나 가맹점 이탈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CU는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이후로도 성장을 이어갔다.
편의점 산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은 좋은 상권을 찾는 능력, 전국 단위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능력, 소비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상품 구성에 반영하는 능력 등 '현장 운영 능력'에 있다. 바로 이 지점이 BGF리테일이 업계 선두권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회사는 훼미리마트 시절부터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출점 전략과 가맹 운영 체계를 고도화해 왔다. 이러한 경험은 단기간에 만들어지기 어려우며 후발주자가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자산이다.
BGF에게 있어 편의점은 '수많은 사업 중 하나'가 아니라 '회사의 중심 사업'이라는 점도 핵심이다. 경쟁사인 GS25와 세븐일레븐의 경우 종합 유통기업인 GS리테일과 롯데그룹의 네트워크와 브랜드 자산을 활용할 수는 있겠지만, 그룹 문화와 투자 방향, 경영 전략 등이 편의점 사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BGF와 비교하면 편의점 운영의 전문성은 다소 낮을 수밖에 없다.
GS25와 세븐일레븐의 운영 능력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다. 오랜 시간 편의점 사업을 중심으로 기업 자체가 움직인 BGF의 축적도 앞에서는 전문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현재 회사를 이끄는 민승배 대표 역시 BGF의 기업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에 가깝다. 1995년 BGF에 입사한 민 대표는 이후 약 3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점포 개발, 영업, 운영 등 편의점 사업 현장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보통의 대기업 경영진들이 전략기획이나 재무, 컨설팅 분야를 거쳐온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독특한 이력이다.
물론 출신과 경력이 경영자의 능력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편의점 사업은 현장의 작은 변화가 매출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민 대표가 보유한 30년의 현장 경험은 분명한 강점으로 평가된다. 점주와의 소통, 상권 변화에 대한 이해, 문제 해결 능력은 '책'이 아니라 '현장'에서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훼미리마트에서 시작한 BGF리테일의 CU는 최근 해외 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CU는 한국형 편의점 운영 모델을 몽골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고, 말레이시아와 카자흐스탄 등으로 진출 범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외국 브랜드를 운영하며 로얄티를 지불하던 기업이 이제는 독자 브랜드를 해외에 수출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셈이다.
30년 넘게 편의점 사업에 집중해 축적한 운영 경험과 가맹점 관리 노하우, 전국 물류망, 독자 브랜드 구축 경험, 현장 중심의 조직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 바로 지금의 '업계 1위' CU다.
물론 BGF리테일이 보유한 경쟁력이 앞으로도 영원히 유지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데이터 분석과 의사결정의 진입장벽은 빠르게 낮아지고 있으며, 과거의 경험만으로는 미래의 경쟁 우위를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다만, 여전히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BGF리테일은 30년 넘게 지켜본 시장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고 예민하게 포착할 수 있다. 과거 축적한 경험을 미래의 경쟁력으로 잇는 것이 BGF리테일의 다음 과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