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 10곳 앱 점검...9곳서 현금 초과 주문 가능
토스증권, 미수 미사용 땐 매수가능금액 내로 제한
미수거래는 제공...투자자가 직접 선택해야 작동
대형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상당수가 투자자가 미수거래를 선택하지 않아도 보유 현금을 넘어선 주식 주문을 허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10곳 가운데 현금 초과 주문을 막은 곳은 토스증권이 유일했다.
지난 22일 TV조선이 대형 증권사 10곳의 MTS를 점검한 결과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등 7곳에서는 '미수'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보유 현금을 초과한 주문이 체결됐다.
신한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현금 주문을 선택한 상태에서 주문 수량을 늘리자 현금 선택이 해제되면서 미수 주문으로 전환됐다. 반면 토스증권은 유일하게 보유 현금을 넘어선 주문 자체가 접수되지 않았다.
미수거래는 주식 매수대금의 일부만 증거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결제일인 체결 후 2거래일(D+2)까지 납부하는 거래다. 결제일까지 부족한 금액을 채우지 못하면 증권사가 보유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이뤄질 수 있다.
미수 기능 안 켜면 현금 범위 내 주문
토스증권의 차이는 미수거래 제공 여부가 아니라 주문 방식에 있다. 토스증권 역시 별도 신청을 거쳐 국내외 주식 미수거래를 제공한다. 다만 미수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투자자에게는 매수가능금액 범위에서 주문할 수 있는 최대 수량만 보여준다. 미수 기능을 켠 경우에만 미수금액을 포함한 주문 가능 수량이 표시된다.
미수거래 신청과 실제 주문 단계의 사용 여부를 나눠 놓은 것이다. 계좌에서 미수거래가 가능하더라도 투자자가 주문 때 이를 직접 선택하지 않으면 현금 범위를 넘어선 주문이 이뤄지지 않는다.
다른 증권사들은 미수 계좌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이 주문 속도를 중시하는 만큼 별도의 경고창이나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투자자가 현금 주문으로 인식한 거래가 본인도 모르게 외상 주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수거래가 투자자의 재산과 채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기본 설정을 보다 보수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감독원도 미수거래를 포함한 ‘빚투’ 전반을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토스도 미수 선택 땐 반대매매 위험
토스증권에서도 미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미수 사용을 끈 상태에서 주문한 뒤 가격을 높여 정정하면 매수가능금액을 초과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토스증권은 미수금 발생 가능성을 안내하고, 투자자가 이를 확인한 뒤 주문을 수정하면 미수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미수대금을 결제일까지 갚지 못하면 토스증권에서도 다음 영업일에 반대매매가 진행된다. 미상환 금액에는 연 9.7%의 연체이자도 붙는다. 토스증권 역시 투자자가 미수를 선택한 뒤에는 다른 증권사와 같은 위험을 부담하는 셈이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토스증권은 투자자가 선택하지 않은 미수 주문을 기본적으로 차단한 유일한 증권사였다. 주문 속도와 편의성을 앞세운 증권사들과 달리, 투자자가 미수를 직접 선택하도록 한 주문 구조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차이를 만들었다.
수수료와 주문 속도에 집중됐던 증권사 MTS 경쟁도 달라질 전망이다. 투자자가 실수했을 때 위험한 주문을 막아주는지, 위험을 충분히 인지한 뒤 거래하도록 설계했는지가 금융 플랫폼의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