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23일(화)

국민연금 이사장 "이 좋은 장을 왜 포기하냐... 수익률 키워 소진 시기를 늦춰야"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이 목표치를 넘어선 가운데, 강제 매도보다는 수익률을 우선해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 나왔다.


23일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오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코스피 급등으로 주식 보유 비중이 목표치를 웃도는 상황"이라며 "규정에 따라 강제로 주식을 팔기보다는 수익률을 고려한 유연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5월 말 기금운용위원회가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20.8%로 상향 조정한 것과 관련해 "현실적이라는 의견과 과도하다는 의견이 교차했다"고 전했다. 그는 "왜 자산 배분 비중을 바꿔 국내 주식 비중을 높였느냐, 정부의 정책적 요구나 증시 부양용이 아니냐는 질문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 뉴스1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기관으로, 보험료로 운용해 나중에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기금 소진에 대한 우려가 많은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은 수익률을 올리고 규모를 키워 소진 시기를 늦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일이 이뤄지고 있다. 많은 부분이 지난해와 올해, 국내 주식 분야에서 발생했다"며 "어마어마한 놀랄 만한 수치인데 이 좋은 장을 우리가 포기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비중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넘은 만큼 팔아 목표치를 맞추는 '리밸런싱'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코스피가 크게 오르면서 국민연금의 실제 주식 보유 비중은 지난해 2월 기준 기존 목표치 14.9%를 크게 웃도는 24.5%까지 상승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해 1월 강제 매도를 한시적으로 유예했고, 지난해 5월 28일에는 유예 조치를 종료하는 대신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 자체를 20.8%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개장 시황이 나오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오전 9시 5분 코스피는 전일 종가와 비교해 40.00포인트(0.44%) 상승한 9154.55, 코스닥은 전일 대비 3.57포인트(0.37%) 하락한 964.83으로 출발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 오후 3시 30분 주간종가 대비 2.4원 오른 1539.4원에 출발했다. 2026.6.23/뉴스1


김 이사장은 "국내 증시 변화가 일시적인 시장적 요인이 아니다. 한국의 증시 체질이 개선된 구조적 변화"라며 "이에 따라 국내 주식 비중을 늘리려 한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 비중 확대 여부에 대해서는 "올해 말 시장 추이를 지켜본 뒤 판단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기금운용위는 앞서 내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국내 주식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로드맵을 수립했지만, 이 또한 유연하게 대응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리밸런싱 유예가 끝나면서 50조~60조 원 규모의 매물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김 이사장은 "구체적으로 언제, 얼마나, 어떻게 팔지는 철저히 비공개"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전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인데 대형주 위주가 많아 매수·매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시장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공공성 원칙에 따라 신중하게 접근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이사장은 이날 현행 퇴직연금 제도에 대한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정부가 추진 중인 퇴직연금 기금화 사업에 국민연금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뉴스1


최근 5년간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2.86%에 머물렀지만, 금융회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연간 2조 원이 넘는다.


연금 형태로 받는 사람은 10명 중 1~2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퇴직할 때 일시금으로 받아 사용하면서 사실상 노후 대비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와 노사정은 지난해 2월 전문기관이 자산을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에 합의했다. 김 이사장은 이를 두고 "이재명 정부 5년의 최대 치적이 될 역사적인 합의"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금형 퇴직연금을 조기 안착시키기 위해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김 이사장은 "1600조 원이 넘는 기금을 운용하며 높은 실적을 낸 국민연금은 분산 투자와 리스크 관리 역량이 검증된 기관"이라고 말했다. 민간 금융기관보다 훨씬 낮은 수수료와 높은 수익률로 가입자들에게 노후 소득을 되돌려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500조 원 규모의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1년 동안 벌어들이는 수수료 수익은 2조 원이 넘는 걸로 알고 있다"며 "반면 국민연금은 1600조 원이 넘는 기금을 굴리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와 수수료 등이 3조 원이다. 가성비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가정을 전제로 "만일 국민연금이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에 참여하게 된다면 기존 대비 3분의 1 수준의 수수료에 세 배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간 금융기관들이 국민연금의 참여를 '시장 잠식'으로 우려하는 것에 대해서는 "기우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경쟁을 촉진하는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