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오는 8월 17일 치러질 전당대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당권 레이스에 돌입했다. 집권 여당인 만큼, 이재명 정부 2년 차의 국정 동력을 뒷받침하고 새로운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하건만, 실상은 계파 간 사활을 건 전면전으로 변질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6·3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두고 당내 계파 갈등이 임계점을 돌파한 가운데, 물밑에 가라앉아 있던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까지 당권 경쟁의 새로운 핵심 뇌관으로 부상하며 당청 간의 온도차까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거물급 주자들 릴레이 등판... '2028 공천권' 걸린 다자 혈전
정치권 등에 따르면, 민주당 당권 레이스는 이번 주를 기점으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정청래 대표는 오는 26일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준비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24일쯤 대표직에서 사퇴하며 연임 도전을 공식화할 것으로 전해진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후임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25~26일)와 국회 인준 절차가 마무리되는 이달 말 내각을 떠나 여의도로 복귀, 당권에 합류할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광주·전남)을 중심으로 '송영길 당대표 출마준비위원회'가 전격 결성되어 공식 출범식을 갖는 등 송 의원의 출마도 확실시되고 있다.
당내 갈등이 이처럼 극한으로 치닫는 기저에는 현실적인 권력 투쟁이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차기 당 대표가 '2028년 국회의원 총선거'의 공천권을 쥐게 되기 때문이다. 정치적 생명과 직결되는 공천권을 두고 현 지도부(친정청래계)와 비당권파 친명계 간의 '6·3 지방선거 책임론' 공방이 1차 충돌 지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팬덤 정치의 민낯, 상대를 향한 극단적 '멸칭' 난무
후보자 간의 정책이나 국가 미래 비전에 대한 건전한 경쟁이 실종된 빈자리는 지지층 간의 극단적인 적대감이 채우고 있다. 현재 민주당 내부는 구주류 친문·친노계와 결합한 '현 당권파(친정청래계)' 지지층과 비당권파 친명(친이재명)계 중심의 '뉴이재명' 지지층으로 뚜렷하게 양분되어 있다.
양측 지지자들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상대 진영의 핵심 인사들을 조롱하는 원색적인 멸칭을 생산해 내며 여론전을 펴고 있다.
현 당권파와 전통적 주류를 겨냥해 '문조털래유'(문재인·조국·김어준·정청래·유시민)라는 신조어가, 또 이에 맞서 비당권파 친명계와 새로운 축을 형성하려는 인사들을 묶어 '한강새똥돼주길'(한준호·강득구·김민석·이동형·김용민·이언주·송영길)이라는 멸칭이 공공연하게 퍼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연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란 당시 억눌려 있던 진영 간의 균열이 전당대회라는 권력 재편기를 맞아 활화산처럼 폭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새로운 전선 '보완수사권 폐지'...선명성 vs 신중론
여기에 정청래 대표가 던진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카드가 전당대회 판도를 흔드는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정 대표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안수사권 전면 폐지"라는 글을 올린데 이어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는 너무나 당연하며,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는 불가역적 당론이자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철학"이라고 강조하며 강성 당원들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반면, 당청 간의 기류는 미묘하게 다른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 대표의 발언 6시간 뒤, 유럽 순방 결과 브리핑에서 "악용될 여지가 없는 예외적인 경우까지 다 봉쇄해 놓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정 대표와 명확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국회가 하자는 대로 하되 책임도 국회가 지는 것"이라는 뼈 있는 한마디도 덧붙였다.
한편, 김민석 국무총리는 "개인적으로는 폐지가 옳다"고 전제하면서도, "문제 제기가 있는 만큼 충분히 토론하고 대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정 대표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굳이 이 시점에 논쟁을 재점화하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전쟁 말라" 촉구한 명심(明心)의 향방은?
무엇보다 이번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는 이재명 대통령의 '명심(明心)' 행보다. 이 대통령은 최근 당내 과열 양상에 대해 "경쟁을 해야지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김민석 총리에게 무게를 두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김 총리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데 이어, 최근 유럽 순방 환송식에 김 총리는 공식 초청한 반면 현직 당 대표인 정청래 대표는 부르지 않아 주목받기도 했다.
당 안팎에서는 "당 대표 후보들이 당심을 잡기 위해 지지층의 극단적 대립에 편승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조털래유'와 '한강새똥돼주길'이라는 기형적인 단어가 상징하듯 상대를 악마화하는 정치가 지속된다면, 검찰개혁 이슈로 지지층은 결집할지언정 중도층 확장성에 한계를 겪으며 집권 여당으로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