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미국 월마트에 먼저 등장한 식품 브랜드 하나가 출시 초기부터 눈길을 끌었다. 입점 사흘 만에 온라인몰에서 ‘베스트셀러’ 배지를 획득했고, 일부 매장에서는 품귀 현상도 나타났다.
hy와 팔도가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기획한 모던 밸런스 푸드 브랜드 '아리(ARIH)' 이야기다.
아리는 해외 시장에서 먼저 초기 수요를 확인한 뒤 국내 시장에 들어왔다. 국내에서 인지도를 쌓은 뒤 해외로 나가는 기존 K푸드 수출 방식과는 다른 접근이다.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소비자와 팬덤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품 역시 일상적으로 먹고 마시는 식품 카테고리에 배치했다.
단순히 BTS의 이름을 앞세운 협업 상품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눈에 띈다. 글로벌 팬덤이 만든 관심을 실제 제품 구매로 연결하고, 이를 다시 반복 소비로 이어가려는 구조가 깔려 있다.
K컬처의 화제성과 식품 기업의 제조 역량, 여기에 자사몰 '프레딧'을 중심으로 한 유통 전략까지 결합한 새로운 K푸드 확장 모델로 읽힌다.
'아리'로 관심 만들고, '프레딧'으로 고객 접점 넓힌다
국내 출시 과정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판매 채널이다. hy는 아리의 국내 첫 판매처로 자사몰 프레딧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택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곧바로 전면 공급하기보다 온라인 채널에 먼저 힘을 실은 것이다.
이는 초기 수요를 한곳에 모으고, 고객 반응을 직접 확인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중간 유통 단계를 줄이고, 구매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후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으로 판매처를 넓히면 온라인에서 모은 관심을 오프라인 접근성으로 확장하는 흐름이 만들어진다.
실제 국내에서도 초기 반응은 빠르게 나타났다.
지난 1일 공개된 1주차 한정 패키지는 준비 수량이 모두 완판됐고, 지난 4일 진행된 네이버 라이브 방송은 누적 방문자 수 39만6895명을 기록했다. 당시 준비된 판매 물량도 방송 시작 전 모두 소진됐다.
오프라인 판매망도 넓어지고 있다.
hy는 이후 국내 43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메가MGC커피에 아리를 입점시키며 소비자 접점을 확대했다. 롯데면세점에도 입점해 김해공항점과 부산점,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점 등에서 판매 중이다.
프레딧은 hy가 공들이고 있는 핵심 플랫폼이다. hy는 기존 야쿠르트 배달 기반 사업을 넘어 온라인 유통, 정기배송, 건강식품, 간편식 등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아리는 이 프레딧에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는 입구 상품 역할을 맡는다.
BTS 협업 브랜드라는 점에서 초기 구매층도 일반 식품 소비자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팬덤 소비층과 MZ세대, K푸드에 관심 있는 해외 소비자, 건강 지향 식품을 찾는 소비자까지 접점이 넓다.
hy 입장에서는 아리를 통해 프레딧 회원 기반을 넓히고, 이후 다른 건강식품·간편식·정기배송 상품으로 구매 경험을 확장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hy 기술력과 팔도 제조 역량 결합
제품 구성도 최근 식품 시장의 흐름을 반영했다. 아리는 '모던 밸런스 푸드'를 표방하며 모던 누들, 포스트바이오틱스 에너지 드링크, 듀얼 바이오틱 소다 등 총 28종으로 구성됐다.
모던 누들은 파스타와 라면의 장점을 결합한 넓은 면과 액상 소스를 내세웠다.
고추장 버터 등 글로벌 소비자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맛 조합도 더했다. K라면의 매운맛은 살리면서도 기존 라면 문법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시도다.
음료 제품군에는 hy의 발효·유산균 기술력이 반영됐다.
포스트바이오틱스 에너지 드링크는 제로 슈거·제로 칼로리 설계를, 듀얼 바이오틱 소다는 바이오틱스 콘셉트와 식이섬유를 앞세웠다. 맛과 기능성을 함께 원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구성이다.
팔도에게 아리는 글로벌 라면 시장에서 새로운 문법을 시험하는 브랜드로 평가된다. K라면의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경쟁도 치열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파스타형 면과 액상 소스, 글로벌 입맛을 고려한 풍미 설계는 차별화된 시도다.
hy에게도 발효유와 유산균 기업의 이미지를 글로벌 웰니스 브랜드로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의미가 크다.
팬덤의 관심을 일상 소비로 바꿀 수 있을까
아리의 성패는 초기 화제성 이후에 갈릴 가능성이 크다.
BTS 협업은 소비자의 첫 관심을 끌어내는 데 강력한 역할을 한다. 다만 식품 브랜드로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팬덤 수요가 일반 소비자의 반복 구매로 이어져야 한다.
이 점에서 아리는 기존 연예인 협업 식품과 조금 다른 길을 택했다. 단기 한정판 상품이 아니라 제품 라인업, 글로벌 판매, 국내 D2C 전략, 오프라인 채널 확대까지 함께 설계된 프로젝트에 가깝다.
출발은 긍정적이다. 해외에서 먼저 주목도를 확보했고, 국내에서는 프레딧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초기 흥행을 확인했다.
여기에 메가MGC커피와 롯데면세점 입점까지 더해지면서 온라인 중심의 관심이 오프라인 판매망으로 이어지는 구조도 갖춰지고 있다.
아리가 팬덤의 관심을 일상 소비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다면 hy와 팔도는 제품 판매 이상의 성과를 얻게 된다. K컬처와 식품 기술, D2C 플랫폼을 결합한 새로운 K푸드 성장 모델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