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22일(월)

콘크리트 대신 비버... 상습 침수 문제 해결한 '천연 비법'

영국 런던 서부 일링 자치구의 습지 보존 지역 '파라다이스 필즈'에서 400년 전 멸종한 비버가 천연 홍수 조절자로 활약하며 도심 침수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했다.


지난 18일(현지 시간)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 지역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가 올 때마다 도로와 지하철역이 물에 잠기는 심각한 상습 침수 구역이었다. 지방 당국은 중장비를 동원한 콘크리트 저수지 건설을 검토했지만, 지역 환경 보호론자들의 제안으로 비버 재도입 프로젝트를 선택했다.


야생 비버는 영국에서 약 400년 전 모피와 고기, 향수 원료인 사향을 노린 무분별한 사냥으로 멸종됐다. 일링 비버 프로젝트 팀은 지난 2023년 방치된 24에이커(약 2만 9400평) 규모의 부지에 야생 비버 다섯 마리를 방사했다.


비버들은 특유의 강력한 이빨로 나뭇가지를 갉아 댐을 건설하고 거미줄 같은 미세 수로를 파기 시작했다. 지형 자체가 거대한 스펀지처럼 변했고, 비버가 만든 천연 저수지는 폭우 시 대량의 물을 머금어 하류로 흘러가는 유량을 급격히 줄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pixabay


프로젝트 리더 션 맥코맥은 "비버를 방사한 지 두 번째 겨울이 되자 이 지역에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홍수 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비버가 조성한 습지는 홍수 예방뿐 아니라 가뭄 시 주변 건조한 토양에 수분을 공급하고 산불 확산을 막는 방화벽 역할까지 수행했다.


다양한 생태 환경이 조성되면서 새, 나비, 박쥐, 민물새우, 물고기 등 야생동물이 다시 찾아왔고 생태계가 눈에 띄게 회복됐다. 올봄에는 새끼 비버들이 태어나면서 현재 개체 수는 8마리 이상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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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로 극단적인 기상 이변이 잦아지면서 미국 서부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도 야생 복원 프로젝트가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조지 홈즈 리즈대학교 보존학 교수는 "비버가 강둑에 파놓은 거대한 굴에 가축이나 농기계가 빠질 위험이 있으며, 통제 범위를 벗어나 농경지를 침수시킬 수 있다는 농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에밀리 페어팩스 미네소타 대학교 교수도 "인프라와 충분한 먹이가 확보된 적절한 환경에서만 비버를 활용해야 하며, 인간 생활권과 너무 가까워질 경우를 대비한 비상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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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코맥 리더는 "인구 밀집 도시가 야생 복원에 부적합해 보일 수 있지만, 우리는 비버와의 동행이 결코 황당한 아이디어가 아님을 증명해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