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략회의서 HBM3E·HBM4·HBM4E 공급 방안 논의
공급 부족 속 빅테크 장기계약 요청 확대...하반기 고객사별 대응 본격화
삼성전자가 하반기 반도체 사업의 핵심 카드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로 HBM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가운데, 판매 확대와 장기공급계약(LTA) 전략을 동시에 점검하며 고객사별 물량 대응에 나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 18일 전영현 부회장 주재로 열린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HBM 판매 확대 방안과 주요 고객사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열리는 정례 회의다. 6월 회의에서는 상반기 사업 성과를 점검하고 하반기 판매 전략과 주요 현안을 다룬다. 올해 DS부문 회의의 핵심 의제는 HBM이었다.
HBM3E 판매 확대, HBM4 이후 선점 동시 추진
이번 회의에서는 HBM3E를 비롯해 차세대 제품인 HBM4와 HBM4E 공급 방안이 집중적으로 다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단기적으로는 HBM3E 판매 확대가 과제지만, 중장기적으로는 HBM4와 HBM4E에서 주요 고객사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HBM은 AI 가속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메모리로 꼽힌다. 엔비디아와 AMD, 브로드컴,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와 AI 반도체 기업들의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공급사 간 물량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번 회의에서 주요 고객사별 공급 일정, 제품 검증 상황, 물량 배분 전략 등을 함께 점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HBM 시장은 일반 메모리와 달리 고객사 인증과 장기 로드맵 대응이 중요하다. 공급 능력뿐 아니라 패키징, 품질, 납기, 차세대 제품 전환 속도가 모두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삼성전자는 HBM 경쟁력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월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고, 지난달에는 HBM4E 샘플도 처음 출하했다. HBM3E 판매를 늘리는 동시에 차세대 제품에서 고객사 선점을 노리는 전략이다.
공급 부족에 장기계약 중요성 커져
이번 회의에서는 LTA 전략도 주요하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주요 고객사들이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장기계약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주요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메모리 제품 장기공급계약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 고객사와는 이미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LTA는 공급사와 고객사 모두에 전략적 의미가 크다. 삼성전자는 안정적인 수요와 가격 기반을 확보할 수 있고, 고객사는 AI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장기간 묶어둘 수 있다. HBM처럼 공급이 빠듯한 시장에서는 단기 가격보다 중장기 물량 확보가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올해 하반기가 HBM 사업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HBM3E 공급 확대를 통해 당장 매출 기여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HBM4와 HBM4E 고객 기반을 넓혀야 한다.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제품 개발 속도뿐 아니라 고객사와의 장기 공급 구도까지 함께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HBM 시장은 한 번 고객사 공급망에 들어가면 후속 세대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HBM3E 판매 확대와 HBM4 이후 장기계약 확보가 동시에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