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에 월드컵 원정 첫승을 안겼던 그 감독이 아직 월드컵 무대에 있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번에는 인구 15만 명의 섬나라 퀴라소를 이끌고 또 하나의 이변을 만들었다.
퀴라소는 21일 미국 칸자스시티 애로우헤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E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에콰도르와 0-0으로 비겼다.
이날 무승부의 의미는 단순한 승점 1점에 그치지 않는다. 퀴라소는 월드컵 본선 진출국 가운데 역대 최소 인구 국가다. 1차전에서 독일에 1-7로 크게 졌지만, 두 번째 경기에서 남미의 에콰도르를 상대로 끝까지 버티며 사상 첫 월드컵 승점을 따냈다.
그 중심에 아드보카트 감독이 있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한국 축구 팬들에게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그는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한국 대표팀 사령탑이었다. 한국은 당시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토고를 2-1로 꺾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에서 거둔 사상 첫 원정 승리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첫 월드컵이었던 만큼 부담도 컸다. 그러나 아드보카트 감독은 독일 땅에서 한국 축구의 또 다른 이정표를 남겼다. 그리고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이번에는 퀴라소의 이름으로 월드컵 역사에 다시 등장했다.
퀴라소의 무승부는 버틴 경기였다. 에콰도르는 이날 28차례 슈팅을 퍼부었고, 이 가운데 15개가 유효슈팅이었다. 그러나 퀴라소 골키퍼 엘로이 룸이 잇따라 선방했고, 수비진은 골문 앞에서 몸을 던졌다. 에콰도르의 슈팅이 골대를 맞히는 행운도 따랐다.
아드보카트 감독 개인에게도 기록적인 하루였다. 그는 이날 78년 8개월 25일의 나이로 월드컵 역사상 최고령 승점 획득 감독이 됐다.
한국 축구의 원정 첫승을 이끌었던 노장은 퀴라소에서도 첫 승점을 만들었다. 팀도, 무대도, 시간이 흐른 세월도 달라졌지만 아드보카트의 이름은 다시 월드컵 기록지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