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방산 3사가 유럽 방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로템과 기아, 현대위아는 프랑스 파리 노르 빌팽트 전시장에서 열린 세계 최대 지상 방산 전시회 '유로사토리 2026'에 참가해 전차, 군용차량, 화력체계 등 그룹 차원의 방산 포트폴리오를 선보였다.
이번 전시회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격히 커진 유럽 방산 수요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유럽 각국은 지상전 전력 보강과 구소련제 장비의 서방식 체계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NATO가 장기적으로 국방·안보 지출 확대 목표를 제시하면서 유럽은 글로벌 방산업체들의 핵심 격전지로 떠올랐다.
현대차그룹 방산 3사의 전략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단순 장비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 부품 조달, 유지보수, 후속 군수지원까지 포함한 장기 협력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방향성이 뚜렷하다.
가장 앞선 성과를 낸 곳은 현대로템이다. 현대로템은 전시회 개막 첫날 독일 특수차량 업체 FFG와 폴란드군용 K2PL 구난전차 개발·생산을 위한 산업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FFG는 K2 전차 차체 기반 구난전차 개발을 지원하고 크레인, 유압장치, 주·보조 윈치 등 주요 임무장비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K2 전차 사업이 완성품 수출을 넘어 현지 산업 생태계와 결합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럽 방산 시장에서는 성능뿐 아니라 현지 생산 참여와 안정적인 유지보수 체계가 중요한 평가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로템은 전시장에서 'AI 기반 무인포탑형 대드론 다층방호체계'도 공개했다.
이 체계는 레이더와 정찰 드론이 위협체를 탐지하면 AI가 위협 수준을 분류하고, 전파교란과 무인포탑 사격, 능동방호장치 등을 연계해 대응하는 방식이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드론이 전차와 장갑차의 핵심 위협으로 부상한 만큼 대드론 기술은 미래 지상전의 필수 요소가 됐다.
현대로템은 K2 전차 중심의 전통 지상 플랫폼에 AI, 무인체계, 대드론 기술을 결합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기아는 2016년 이후 10년 만에 유로사토리에 참가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경형부터 대형까지 군용 특수차량 라인업을 공개하며 기동 플랫폼 경쟁력을 강조했다.
기아는 지난 3월 폴란드 국영 방산기업 로소막과 소형전술차 KLTV 375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차량은 폴란드군 대공·대드론 체계 ‘산’의 플랫폼으로 활용된다. 별도로 경정찰차 ‘레그완’ 385대 공급도 진행 중이다.
전시장에는 대한민국 국군 표준 차량인 '타스만 군용 지휘차'와 '소형전술차 2인용 카고'가 실물로 전시됐다.
기아의 강점은 완성차 기반 대량 생산 역량과 군용차 개발 경험이다. 대공·대드론 장비, 정찰장비, 지휘통제 장비를 얹을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며 유럽 군 현대화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현대위아는 이번 유로사토리에 처음 참가했다. 핵심 전시 제품은 '경량화 105㎜ 자주포'다.
기존 곡사포를 소형전술차량에 탑재한 형태로, 기존 차륜형 자주포보다 무게를 절반 이상 줄이면서도 최대 사거리 18㎞를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이 장비는 신속 전개와 기동 타격이 필요한 전장 환경에 적합하다. 헬기 공중 수송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현대위아는 이와 함께 AI 기반 자동추적 알고리즘을 적용한 7.62㎜ 소형 원격사격통제체계, K2 전차용 120㎜ 포열, K9 자주포용 155㎜ 포열 모형도 선보였다.
현대위아의 참가는 현대차그룹 방산 밸류체인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대로템이 전차와 무인체계를 맡고, 기아가 군용 기동차량을 담당한다면, 현대위아는 차량 기반 화력체계와 핵심 부품으로 그룹 방산 역량을 확장하는 구조다.
유럽 방산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차그룹 방산 3사가 현지 협력과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유럽 공급망 안착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