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의 재무구조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시흥 배곧지구에 조성 중인 바이오 복합연구개발단지와 서울 삼성동 부지 매입 등의 영향으로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213억 원에서 올해 3월 말 828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 2024년까지 회사가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유지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무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히 부정적으로만 해석하지는 않는다. 현재의 차입금 증가는 경영난에 따른 자금 조달이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종근당은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연매출 100억 원 이상 품목이 33개, 500억 원 이상 품목이 9개에 달하는 등 특정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다. 다양한 전문의약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꾸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어 대규모 투자에도 재무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실적 성장의 중심에는 코프로모션(공동 판매) 사업도 자리하고 있다. 종근당은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 등 시장성이 높은 제품의 국내 판매를 담당하며 수혜를 누리고 있다. 자체 개발 신약이 아니더라도 판매 역량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사업 구조 덕분에 한국기업평가는 종근당의 재무안정성을 여전히 우수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78.1%, 차입금의존도는 20.1%, 순차입금 대비 EBITDA 비율은 0.8배에 머물러 업계 평균과 비교해도 부담이 크지 않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경쟁사들이 자체 신약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은 폐암 신약 렉라자를 통해 글로벌 신약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으며, 한미약품은 비만·항암 분야 연구개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종근당은 아직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만한 대형 자체 신약 성과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배곧 바이오 복합연구개발단지에 주목하고 있다. 종근당은 이곳을 중심으로 항암제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등 차세대 파이프라인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개발 중인 CKD-702, CKD-703, CKD-704 등의 후보물질 역시 이 연구개발 역량 강화의 연장선에 있다.
결국 현재 늘어난 차입금은 단순한 재무 부담이라기보다 미래 신약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로 해석할 수 있다. 당장의 실적은 위고비와 펙수클루 등 코프로모션 품목이 뒷받침하고, 장기적으로는 배곧 연구단지를 기반으로 자체 신약 개발 성과를 창출하는 구조가 기대된다.
시장이 종근당의 차입금 증가를 우려만 하기보다 성장 투자로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으로 연구개발 성과가 가시화될 경우 종근당은 안정적인 영업력을 바탕으로 한 국내 제약사에서 신약 중심의 연구개발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