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을 소지한 채 8.3km를 도주하며 차량 2대를 들이받은 40대 남성이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경찰의 증거 수집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부산지법 형사11단독 이호연 판사는 17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치상),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약물중독 재활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남성은 지난해 6월 1일 오후 9시 30분경 부산 동래구에서 북구까지 약 8.3㎞를 경찰 추격을 피해 달아나며 난폭운전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남성은 부산의 한 도로에서 차량을 운전하던 중 갑자기 역주행을 시작했다. 이어 마주 오던 차량 2대를 연달아 충돌했지만 경찰의 추격에도 멈추지 않았다. 8.3㎞에 걸친 도주 끝에 차량은 담벼락을 충돌한 뒤에야 멈춰섰다.
조사 결과 남성은 터널 안에서 진로 변경 위반 9회, 중앙선 침범 2회, 안전지대 침범 1회, 진로 변경 방법 위반 6회 등을 저질렀다. 이 사고로 승용차 운전자 등이 전치 4주의 상해를 입었고 차량 2대가 파손됐다.
남성은 차량을 버리고 도주했으나 한 주차장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남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그의 가방에서 흰 가루가 들어 있는 비닐 지퍼백 2개를 발견했다. 해당 가루는 필로폰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남성의 소변을 임의 제출받아 감정을 의뢰했고, 필로폰 및 암페타민 성분 양성 반응이 나왔다. 간이 시약 검사에서도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다.
검찰과 경찰은 남성이 차량 안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뒤 운전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필로폰 투약과 위험운전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이 확보한 소변 시료의 채취·보관·인계 과정에 문제가 있어 해당 시료가 남성의 것인지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유일한 증거물인 소변의 오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다른 증거도 제출되지 않아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남성의 필로폰 투약 일시와 장소, 방법 등을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남성의 필로폰 투약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간이 시약 검사 결과와 소변 감정 결과가 있다"며 "하지만 이 증거들은 합리적 의심 없이 진실임을 확신하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필로폰 소지·매매·수수 혐의와 도주치상, 난폭운전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