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시 소재 한 제조업체에서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주로부터 지속적인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고용노동청이 수사에 나섰다.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는 17일 해당 제조업체에 근무하던 인도네시아 국적 노동자 B씨를 포함한 3명이 지난 14일 사업장을 이탈해 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주연대회의 지원을 받아 선행 피해자인 20대 A씨와 함께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사업주를 정식 고소한 상태다.
앞서 A씨는 지난 3일 사업주의 폭언과 폭행을 주장하며 회사를 떠났다. 한국 입국 약 한 달 만에 업무 미숙을 이유로 구타와 욕설을 당했고, 사업주로부터 사실상 출국 압박을 받은 다음날 새벽 사업장을 탈출했다. A씨 피해 사실이 알려진 후 동일 사업장의 B씨 등 다른 노동자들도 유사한 피해를 호소하고 나섰다.
B씨 등은 작업 실수나 제품 불량 발생 시 사업주가 머리, 복부, 다리 등을 수시로 가격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후배 노동자들이 실수하면 선배인 본인도 연대책임을 진다며 함께 구타당했다"면서 "사업주가 병원 방문을 막았고, 갈 수 있을 때는 이미 진료 시간이 지나 치료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A씨 역시 "용접기로 머리를 맞았다"며 피해 사실을 전한 바 있다.
이주연대회의가 공개한 녹음 파일에는 사업주가 A씨와 B씨에게 심각한 수준의 욕설을 퍼붓는 음성과 폭행으로 추정되는 소리가 포함됐다.
인격 모독적 발언과 휴대전화 검열도 이뤄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C씨는 업무 능력 부족을 이유로 사업주가 이주노동자들을 '원숭이 1번' '원숭이 2번' 등으로 호칭하거나 '너는 사람이 아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D씨는 사업주가 휴대전화를 자주 점검해 녹음이나 촬영이 불가능했으며, 찍어둔 자료도 강제로 삭제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주연대회의는 A씨가 외국인지원센터 등과 상담하면서 제출한 녹음 등을 바탕으로 폭언·폭행 정황을 담은 증거자료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김희정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A씨 퇴사 후 사업주가 B씨 등에게 '노동부 조사 시 A씨를 때리지 않았고, 보지 못했고, 모른다고 진술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녹취도 확보했다"며 "감독기관 조사를 앞두고 특정 진술을 강요하며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지적했다.
해당 제조업체 측은 폭언·폭행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면 부인했다. 이후 상세한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피해 노동자들의 한국어 능력이 제한적이어서 통역사 배석 등 조사 일정 조정 과정에서 일부 지연이 발생했다"며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를 포함한 전체 사실관계를 면밀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