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17일(수)

피자헛, 4조원에 매각... "미국인들, 피자 사랑 식었다"

한때 세계 1위 피자 체인이었던 피자헛이 실적 부진 끝에 4조원대에 매각된다. 배달 앱 발달로 음식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비만 치료제 확산까지 겹치며 피자 시장 전체가 구조적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16일(현지 시간) 미국 글로벌 외식기업 얌 브랜즈는 피자 체인 피자헛을 총 27억 달러(한화 약 4조900억 원)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사업은 사모펀드 롱레인지 캐피탈이 약 15억 달러에 인수하고, 중국 본토 사업권은 얌차이나 홀딩스가 약 12억 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 두 거래는 올해 3분기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2026년 6월 16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사람들이 피자헛 매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 얌 브랜드(Yum Brands)는 피자헛을 사모펀드인 롱레인지 캐피털(LongRange Capital)에 약 15억 달러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 GettyimagesKorea


1958년 미국 캔자스주 위치타에서 시작한 피자헛은 1970년대 세계적인 피자 체인으로 성장했다. 1977년 펩시코에 인수되며 전성기를 맞았고, 1997년 외식 사업부가 분사하면서 현재의 얌 브랜즈 소속이 됐다. KFC, 타코벨과 함께 글로벌 외식 시장을 이끌던 대표 브랜드였다.


그러나 피자헛은 2017년 도미노 피자에 매출 1위 자리를 내준 뒤 추락을 거듭했다. 매장 노후화와 배달 시장 경쟁 심화가 직격탄이 됐다.


배달 앱이 발달하며 소비자들이 피자 외에도 다양한 음식을 손쉽게 주문할 수 있게 된 점도 타격을 입혔다. 최근에는 위고비 등 비만 치료제가 주목받으며 칼로리가 높은 피자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진 것도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얌 브랜즈는 올해 2월 이미 피자헛 매각 검토 사실을 밝히며 미국 내 부진 점포 250곳을 폐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성장세가 강한 KFC와 타코벨에 역량을 집중하고, 수익성이 떨어진 피자헛을 처분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의 닐 손더스 총괄이사는 "피자헛은 오랫동안 얌 브랜즈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였다"라며 "브랜드 회복과 부진 매장 정리 등 다각도의 노력이 있었으나, 성장세로 돌아서기 위해 필요한 대규모 투자와 인내심을 얌 브랜즈가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크리스 터너 얌 브랜즈 CEO는 성명에서 "외식 업계에서 깊은 전문성을 지닌 롱레인지 캐피탈과 얌차이나 체제 아래에서 피자헛이 향후 성장을 위한 유리한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위기는 비단 피자헛만의 문제가 아니다. 파파존스 역시 수익성 개선을 위해 올해 1분기에만 북미 지역 매장 44곳을 정리했다. 이는 올 초 발표한 '지난해 말까지 300개 매장 폐쇄' 계획의 일환이다. 폐쇄 대상은 대부분 운영 10년이 넘은 노후 매장이거나 연 매출 60만 달러(약 9억 원)를 밑도는 가맹점들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피자 체인들의 부진 원인을 "수년간 패스트푸드 업계 평균을 밑도는 낮은 매출 성장률과 가격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라고 진단했다.


구조적인 변화의 배경에는 배달 시장의 고도화가 있다. 과거 피자는 배달이 용이하다는 점을 앞세워 간편식 시장을 독점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테크노믹에 따르면, 올해 피자 매출은 전년 대비 0.3% 감소하며 주요 10개 식품 카테고리 중 유일하게 역성장했다. 또한 피자의 시장 점유율은 1990년대 2위에서 현재 6위로 밀려났다.


WSJ는 "음식 배달 앱의 대중화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압도적으로 다양해졌다"고 분석했다. 과거 피자가 유일한 간편식이었다면, 오늘날은 앱을 통해 무엇이든 주문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들의 피자 선호도가 희석된 것이다.


결국 피자 체인점들은 배달 앱 시장 확대, 비만 치료제 유행, 가격 경쟁 심화라는 복합적인 난관에 봉착하며 오랜 기간 유지해 온 입지를 위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