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박 주산지로 꼽히는 지바현에서 외래종 아메리카 너구리(라쿤)의 출몰이 잇따르면서 농가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지난 14일 한국면세뉴스가 인용한 일본 마이니치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라쿤은 야간을 틈타 수확을 앞둔 수박을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라쿤은 수박 표면에 작은 구멍만 뚫은 뒤 앞발을 넣어 속살만 파먹는 특성이 있다. 외관상 정상으로 보이지만 내부는 이미 손상돼 상품 가치를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올해 처음 피해를 본 40대 농민은 지난 5월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던 수박 10여 통이 라쿤의 공격을 받았다. 이 농민은 인체 감지 조명 4대와 라디오 2대를 설치해 침입을 저지하려 했으나 라쿤들은 다른 하우스로 옮겨가며 피해를 계속 냈다.
이 농민은 "덫에 준비한 빵이나 치킨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오직 수박만 골라 먹었다"며 "한 번 맛을 들인 이후에는 수박 껍질을 긁으며 익은 정도를 확인하는 듯했다"고 말했다.
다른 농가 역시 지난해만 해도 피해가 전혀 없었지만 올해는 5월까지 벌써 15통의 수박이 훼손됐다. 이 농가는 전기 울타리 설치를 검토 중이나 최근 물가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라쿤은 북미가 원산지인 동물로 손재주가 탁월하고 잡식성에 다양한 환경 적응력을 갖췄다. 일본에서는 1977년 방영된 TV 애니메이션 '라스칼 더 라쿤(Rascal the Raccoon)'의 인기로 반려동물 수요가 치솟았으나 이후 사육 포기 사례가 급증하면서 야생 개체가 번졌다. 현재 일본은 라쿤을 생태계 위협종인 특정외래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지바현에서는 1990년대 남부에서 번식이 처음 확인된 뒤 서식 범위가 지속적으로 넓어져 현재는 현 전역에서 목격되고 있다.
지바현의 농작물 피해액은 2006년도 458만 엔에서 2024년도 4652만 엔으로 10배 넘게 급증했다. 피해는 농경지를 넘어 최근에는 주택이나 빈집에 침입해 둥지를 트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지바현은 음식물 쓰레기를 농지에 버리지 말고 주택의 틈새를 막아 침입로를 차단하는 등 예방 조치를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