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노동위원회가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노조의 직접 교섭 요구를 인정하면서 생산 현장의 로봇 도입을 둘러싼 갈등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지난 3월 시행된 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따라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이번 결정은 현대차가 하청 노동자들과도 직접 교섭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는 의미다.
울산지노위는 15일 전국금속노동조합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교섭 요구 사실 공고 시정 신청'을 받아들였다.
금속노조는 지난 3월 울산·아산·전주공장과 남양연구소, 판매대리점에서 생산·보안·급식·판매 업무를 하는 하청 노동자 1675명을 대상으로 현대차에 교섭을 요구한 바 있다.
현대차는 해당 노동자들과 직접 고용 관계가 없다며 교섭 요구 공고를 거부했다.
금속노조는 현대차가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울산지노위에 시정 신청을 제기했고, 울산지노위는 세 차례 심문 끝에 이를 인용했다.
이번 결정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을 추진 중인 현대차의 노사 관계는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은 구조조정과 사업조직 개편 같은 경영 판단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면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생산 보조와 물류, 부품 운반 업무는 주로 하청 인력이 담당하는 영역이다. 현대차가 우선 투입을 검토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주요 활용 분야도 이들 업무다.
하청노조는 로봇 투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며 고용 보장, 전환 배치, 임금 보전 등을 현대차에 직접 요구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기아 정규직 노조는 올해 단체협약 교섭에서 "노사 합의 없이 단 한 대의 로봇도 생산 현장에 들여올 수 없다"며 인공지능과 로봇 도입 시 노사 합의를 단체협약에 명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청노조까지 별도 교섭에 나서면 현대차의 부담은 더 커진다.
교섭이 결렬될 경우 하청노조도 노동위원회 조정과 조합원 찬반투표 등 법정 절차를 밟아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
정규직 노조와 하청노조가 각기 다른 요구를 내놓으면서 교섭 의제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각 직군의 하청노조가 고용 보장과 재교육, 임금 보전, 안전 대책 등을 제각각 요구하면 현대차 노무 조직이 사실상 연중 교섭 체제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차는 울산지노위로부터 결과만 통보받았다며 결정문을 확인한 뒤 후속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동위원회는 판정 당일 결과만 노사 양측에 우선 통지하고 구체적 판단 이유는 약 한 달 뒤 결정문을 통해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