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당시 발생한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에는 과거 해외 휴양지 출장 사실이 드러나며 사면초가에 몰렸다. 정작 배워야 할 독일의 투표용지 관리 실패 사례는 가볍게 넘기고, 인구 50만 명에 불과한 몰디브에 대규모 출장단을 보낸 사실이 확인되면서 '기강 해이'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선관위가 작성한 '몰디브 대통령 선거 참관 결과 보고서'가 공유됐다.
인도양에 위치한 섬나라 몰디브는 인구 약 53만명, 국토 면적은 약 300㎢로 서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소국이다.
43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 따르면 선관위 직원 5명은 2023년 9월 6일부터 14일까지 7박 9일 일정으로 몰디브를 방문해 대통령 선거를 참관했다.
출장 목적은 "몰디브 선거위원회 초청에 따른 대통령 선거 참관", "변화된 외국 선거 행정 파악 및 선거 제도 비교 연구", "외국 선거 기관과의 국제 교류 협력 관계 증진" 등으로 기재됐다.
세부 일정에는 후보자 선거사무소 방문과 선거운동 참관, 투표·개표 참관, 공식 만찬 참석 등이 포함됐다. 보고서에는 "섬 지역 특성상 해안가와 바다 시설물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주를 이뤘다"는 설명과 함께 아름다운 백사장에 설치된 선거 홍보물 사진이 상세히 담겼다.
해당 자료가 온라인상에 확산하자 누리꾼들은 격분했다. 누리꾼들은 '출장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왜 하필 몰디브 대선을 참관한 거냐', '국가기관 보고서라고 믿기 힘든 수준', '국민 세금으로 모히또 한잔하고 온 듯', '몰디브 전체 선거인 수가 경기 안양시보다 적다' 등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더 큰 문제는 선관위가 정작 필요한 해외 사례는 학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선관위는 2021년 투표용지 부족 등으로 재선거를 치른 독일 베를린을 지난해 11월 방문하고도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똑같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매서운 지적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실시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서울 송파·강남·광진구를 비롯한 전국 91개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장시간 대기하는 소동이 발생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투표용지 부족이 예상돼 선거 당일 추가 배부가 이뤄진 투표소는 전국 140곳에 달한다. 현재 경찰은 선관위가 유권자 수의 110%에 해당하는 투표용지 예산을 확보하고도 실제 인쇄 물량을 50% 수준으로 반토막 낸 경위와 의사결정 과정, 일부 투표소에서 용지 부족이 예상됐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 등을 전방위로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