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16일(화)

신세계 정용진, 스타벅스 사태 한달만에 후속 교육까지...발빠른 책임수습

22일 전국 매장 오후 3시 조기 종료...1999년 진출 후 처음

대표 해임·회장 사과·환불·교육까지 한 달 내 수습 절차 확정

할인 판촉 대신 본사·경영진 책임 절차 앞세워


스타벅스코리아가 오는 22일 전국 매장 영업을 오후 3시에 일제히 종료한다. 1999년 국내 진출 이후 전국 매장이 같은 날 조기에 영업을 끝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5월 18일 '탱크데이' 논란이 불거진 지 한 달여 만에 대표 해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명의 사과 그리고 회장 기자회견, 자체 진상조사, 선불카드 환불, 역사 인식·사회적 감수성 교육까지 수습 절차가 확정됐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사태를 단일 계열사의 마케팅 사고로만 두지 않았다. '매출 회복용 할인 행사'나 '일회성 이벤트'로 고객을 다시 매장에 부르는 대신 본사와 경영진이 리스크를 떠안았다. 현장 파트너에게 고객 항의와 판매 회복 부담을 떠넘기지 않고, 그룹 차원의 리스크 관리와 책임경영 과제로 끌어올린 것이다.


뉴스1


전국 매장 닫고 전 직원 교육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오는 17일 그룹 사내연수원 신세계남산에서 이마트부문 계열사 임원과 스타벅스코리아 본사 직원을 대상으로 역사 인식·사회적 감수성 교육을 진행한다. 스타벅스코리아 매장 파트너들은 22일 교육을 받는다. 이날 전국 매장은 오후 3시에 영업을 종료하고, 점포별로 17일 교육 영상을 시청한다.


정 회장도 별도로 교육을 받는다. 정 회장은 오는 24일 사장단 회의에 앞서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역사 인식·사회적 감수성 교육에 참여한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사안을 스타벅스코리아 내부 사고로만 두지 않고 이마트부문과 그룹 경영진의 관리 과제로 넓혔다. 이마트부문 다른 계열사 직원들은 7월 1일부터 2주간 온라인 교육을 수강한다.


교육은 그룹 내부 강사가 아닌 외부 학계 전문가가 맡는다. 역사 인식 교육은 오제연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가, 사회적 감수성 교육은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가 진행한다. 역사와 노동, 젠더, 인권 등 기업 활동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방식이다.


논란은 지난 5월 18일 스타벅스코리아가 텀블러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시작됐다. 행사 과정에서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 표현이 쓰였고, 해당 문구가 5·18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확산했다. 신세계그룹은 논란 당일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당시 대표를 해임했다. 담당 임원 등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도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 뉴스1


해외에 체류하고 있던 정 회장은 이튿날인 5월 19일 직접 사과문을 냈다. 그는 그룹 차원의 역사 인식과 사회적 감수성 부족을 인정하고 임직원 역사 교육과 마케팅 검수 절차 재점검을 약속했다. 같은 달 26일에는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직접 단상에 올라 대국민 사과를 했다. 신세계그룹은 이 자리에서 자체 진상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그룹은 이를 개인 일탈이 아닌 시스템 문제로 봤다. 신세계그룹은 해당 마케팅이 4단계 보고 절차를 거쳐 진행됐지만 결재 과정에서 5·18 관련 부적절성을 지적한 사람이 없었다고 밝혔다. 일부 합의자는 시안이 담긴 첨부파일조차 열지 않고 관행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룹은 마케팅 검증과 리스크 관리 체계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고 봤다.


고객 대상 조치도 함께 이뤄졌다. 스타벅스코리아는 6월 1일부터 14일까지 선불식 충전카드 잔액 환불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기존에는 최종 충전 후 합계 잔액의 60% 이상을 사용해야 남은 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었지만, 해당 기간에는 사용 비율과 관계없이 환불 신청을 받았다. 앱 미등록 무기명 실물 카드는 매장에서 최대 200만원까지 환불했다. 완화 조치는 15일 0시 종료됐고, 이날부터는 다시 60% 사용 기준이 적용된다.


'여론 무마용 할인' 대신 책임 절차 전면에


이번 수습 과정은 그간의 업계 문법과 달랐다. 이 때문에 사태 수습에 대한 '진정성'이 더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신세계그룹은 대규모 쿠폰이나 할인전을 전면에 세우지 않았다. 여론 무마용·매출 회복용 할인 이벤트를 열지 않고 대신 대표 해임, 회장 사과, 환불, 교육, 검수 체계 정비처럼 본사와 경영진이 전면에 나섰다. 실제로 책임자가 '책임'을 진 것이다.  고객 불만 대응과 판매 회복 부담을 매장 현장에 집중시키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스타벅스코리아는 고객에게 노출되는 마케팅 문구와 행사명을 기획 단계부터 다시 점검하는 구조를 만들기로 했다. 역사, 기념일, 정치, 재난, 군사, 젠더, 폭력, 혐오 표현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사전에 확인하는 절차도 강화한다. 문제 콘텐츠를 누가 기획했고 어느 단계에서 승인됐는지 남기는 기록 관리도 함께 손본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교육과 검수 체계 개편을 사회적으로 건강한 기업으로 자리 잡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책임 구조도 조정됐다. 정 회장은 6월 8일 이마트와 신세계프라퍼티 각자대표로 내정됐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이사회와 주주총회 의결을, 이마트는 내년 정기 주주총회 선임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절차가 마무리되면 정 회장은 등기이사 복귀 절차를 밟게 된다.


정 회장은 "회사 경영에 대해 명확한 책임을 지라는 시장의 요구를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대표이사로서 이사회와 주주의 평가를 받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