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15일(월)

AI 보정 사진에 질린 Z세대... '디지털카메라' 열풍에 가격도 급등

스마트폰의 완벽한 사진 보정에 지친 Z세대들이 디지털카메라로 눈을 돌리면서 침체됐던 카메라 시장이 예상치 못한 반등을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획일화된 이미지보다 카메라 고유의 자연스러운 색감과 촬영 과정 자체를 즐기려는 젊은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4일 IT조선이 인용한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디지털카메라 출하액은 55억달러(약 8조4000억원)를 기록해 2020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스마트폰보다 높은 가격대임에도 불구하고 소셜미디어에서 차별화된 콘텐츠를 원하는 젊은 층의 수요가 시장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복고 트렌드도 디지털카메라 인기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이들은 스마트폰과는 다른 감성의 사진을 촬영해 SNS에 게시하는 동시에, 각종 알림과 메시지에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촬영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을 매력적으로 여기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카메라 업계에게는 오랜만에 찾아온 희소식이다. 전 세계 디지털카메라 출하량은 2010년 1억2100만대로 최고점을 기록한 후 스마트폰 대중화로 인해 급격히 감소했다. 2023년에는 770만대까지 떨어졌지만, 2025년에는 940만대로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후지필름 X시리즈 담당자인 이가라시 유지로는 고객의 70%가 30대 이하라고 밝혔다. 그는 스마트폰 사진이 때로는 과도하게 보정되어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며 "기술과 정보에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여유로운 경험을 추구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후지필름은 레트로 디자인과 최신 기술을 접목한 1800달러 가격의 X100VI 생산량을 3배 이상 확대했지만, 여전히 폭증하는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필리핀의 30세 콘텐츠 크리에이터 앤지 메히아는 "모든 것이 지나치게 첨단화되면서 오히려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며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사람들은 더욱 단순한 경험을 갈망한다"고 설명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즉석카메라와 필름카메라에 대한 관심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촬영 즉시 사진을 출력하는 후지필름 인스탁스의 판매 규모는 전체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뛰어넘는 수준에 도달했다.


과거 결혼식이나 특별한 행사에서만 사용되던 인스탁스는 현재 청소년들의 일상 촬영 도구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후지필름은 틱톡 사용자들을 겨냥해 올해 초 카메라와 동영상 촬영, 즉석 인쇄 기능을 통합한 '인스탁스 미니 에보 시네마'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복고 감성의 15초 영상 제작이 가능하다.


디지털카메라와 인스탁스 판매 호조에 힘입어 후지필름 이미징 사업부 매출은 지난해 15.7% 상승한 6270억엔을 달성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5년 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시장 1위 업체인 캐논 역시 유사한 성장 궤도를 그리고 있다.


중고 카메라 시장도 Z세대 유입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부모나 조부모 세대가 사용했던 구형 카메라가 희소성과 개성을 갖춘 아이템으로 새롭게 평가받고 있는 상황이다.


도쿄에서 카메라 매장을 운영하는 마에다 마사키는 1990년 출시된 필름카메라 콘탁스 T2를 가리키며 "15~20년 전에는 9800엔에도 구매자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현재 해당 제품은 매장에서 27만5000엔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가격 상승이 시장 회복의 장애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카메라 제조업체들은 스마트폰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급 제품 위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할 수밖에 없었고, 원자재와 메모리 가격 상승, 미국 관세 등의 영향으로 제품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시장조사기관 BCN에 따르면 디지털카메라 평균 가격은 600달러로 스마트폰 평균 가격 455달러를 상회한다. BCN의 미치코시 이치로 애널리스트는 "일반 소비자가 카메라 장비에 100만엔을 투자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소비자 니즈와 제조사 공급 제품 간의 격차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카메라의 기술적 진보는 제한적인 반면 조작 방식은 여전히 복잡하다며, 현재의 성장세가 장기간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화웨이나 DJI 등 중국 기업들이 보유 기술력을 바탕으로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장기적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후지필름은 AI와 함께 성장한 알파세대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향후 시장 유지의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가라시는 "알파세대는 AI를 친구나 선생님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며 "카메라에 AI를 어떤 방식으로 결합할지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카메라의 부활이 일시적인 복고 유행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스마트폰과 AI가 생산하는 획일적 이미지에 대한 장기적 반발로 정착할 것인지가 업계의 주요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