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데뷔 13주년을 맞아 부산에서 팬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13일 오후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월드투어 '아리랑' 공연에서 약 5만5천명의 아미들이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진은 "아미 여러분이 즐겨주시는 모습이 저희에게 가장 큰 생일 선물이에요"라며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멤버들은 "13년을 같이 보냈는데, 이 모든 게 다 여러분이 있어서다. 여러분 덕에 오랜 시간 좋게 잘 버틸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방탄소년단은 해외에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의 공연에 대한 특별한 의미를 강조했다. "우리가 해외에 나가 보니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꼈지만, 우리 방탄소년단 7명은 한국인이다.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며 "내 나라, 내 땅,내 도시에서 공연하는 게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이번 부산 공연은 지난 4월 고양에서 '아리랑' 투어를 시작한 지 약 2개월 만의 국내 무대였다. 방탄소년단이 부산에서 공연을 개최한 것은 2022년 10월 입대 전 마지막 콘서트였던 '옛 투 컴 인 부산' 이후 3년 8개월 만이다.
부산은 멤버 지민과 정국의 고향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 지민은 공연에 초등학교 은사를 초청하며 "앞으로도 같이 가 봅시다"라며 "더 좋은 무대와 음악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방탄소년단은 2013년 6월 13일 거친 콘셉트의 힙합 아이돌로 데뷔했다. '학교 3부작'과 '화양연화'로 대표되는 청춘 시리즈, '러브 유어 셀프' 시리즈 등을 통해 10대를 대변하고 시대 현실을 파고들며 '자신을 사랑하라'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일곱 멤버의 음악과 메시지가 전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으면서 아미의 규모도 점점 커졌고, '다이너마이트'와 '버터' 같은 영어곡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를 기록하면서 '21세기 비틀스'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리더 RM은 "연습실에서 '노 모어 드림'을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다"며 "예전과는 많은 게 달라졌다. 한국에서 열심히 하다 해외에서 체류하는 시간도 늘어났고, 가사에 영어도 많아졌다. 그 사이에 K팝이라는 산업도 거대해졌다"고 회상했다.
RM은 이어 "오늘 '매직 숍'을 부르다 보니 13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며 "저희가 어디에 있든, 어떤 모습이든 항상 최선을 다해 있는 그대로를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도 부디 오래도록 함께해달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공연장 한 가운데에는 '아리랑' 투어의 트레이드 마크인 X자 무대와 대형 상부 LED 전광판이 설치됐다.
공연 전에는 수묵화 같은 영상과 국악이 흘러나와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국악의 비트가 갑자기 빨라지자 5만5천명이 한목소리로 "BTS!"를 외치는 거대한 메아리가 스타디움을 휘감았다.
횃불을 든 댄서가 등장해 무대로 내달리며 '훌리건'과 함께 공연이 시작됐다. 방탄소년단은 전원 핸드 마이크를 활용해 생동감 있는 라이브를 선보였다. 5집 '아리랑' 발매 이후 3개월이 지나 팬들도 익숙해진 듯 신곡 떼창도 고양 콘서트와 비교해 한층 커졌다.
막내 정국은 '에일리언스'와 '달려라 방탄'까지 세 곡을 내리 부르고서 "요! 부산 반갑습니데이"라며 "오늘도 정말 많은 분이 오셨다. 신나게 놀아주시기를 바란다"고 정겨운 부산 사투리를 섞어 첫인사를 건넸다.
지민은 "이렇게 의미 있는 날에 제가 태어난 고향에 와서 여러분과 만나 노래하고 춤출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방탄소년단은 5집 '아리랑'에 수록된 신곡 무대를 중심으로 '페이크 러브', '마이크 드롭', '불타오르네' 등의 기존 히트곡까지 두루 선보였다. 특히 웅장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노멀'을 앨범에 수록된 버전과 달리 한국어로 불러 팬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제이홉은 '노멀'을 부르고서 "부산을 위해 새롭게 준비한 한국어 버전이었다"며 "굉장히 특별하다"고 말했다.
음반명이자 공연명인 '아리랑'에 걸맞은 한국적인 색채는 앞선 고양과 일본·미국 투어와 마찬가지로 부산에서도 재현됐다. '데이 돈트 노 바웃 어스'에선 전통 탈을 재해석한 이미지가 스크린에 표출됐고, '메리 고 라운드'에선 댄서들이 커다란 흰 천을 사용해 전통 승무에서 영감을 얻은 퍼포먼스를 펼쳤다.
1부와 2부 사이 감각적인 영상이 흘러나오는 동안 빨간색과 파란색 의상을 입은 댄서들이 무대 위에서 커다란 태극 무늬도 만들어 시선을 끌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새 앨범 1번 트랙에 실린 '보디 투 보디'였다. 고양 공연과 달리 커다란 물줄기가 뿜어져 나와 흥을 돋웠다. 노래 후반부에는 5만5천명이 떼창으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라고 민요 '아리랑'을 불렀다.
방탄소년단은 곧이어 국악을 접목해 '조선 EDM'이라고 불린 히트곡 '아이돌'을 부르며 약 50명의 댄서와 함께 경기장 트랙을 돌아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맏형 진은 '보디 투 보디'를 부르기에 앞서 걸그룹 리센느의 유행어에 빗대 "부산 야-호!"라며 "이렇게 말하니 신세대 같다"고 능청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팬을 향한 솔직한 마음을 담은 신곡 '컴 오버', 글로벌 히트곡 '버터'·'다이너마이트' 등을 부른 뒤 '원 모어 나이트'와 '인투 더 선'을 마지막으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방탄소년단은 양일간 공연장을 찾은 11만명의 관객 전원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 친필 카드, 양산, 투명 가방 등이 포함된 선물 꾸러미도 증정했다.
공연장을 찾은 아킬라(34·남아프리카 공화국), 루이지(18·독일), 아킬라(33·프랑스) 씨는 "이 특별한 날에 아미들과 함께하게 돼 매우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부산에 오게 돼 행운"이라며 "과거에 멤버들은 자신에 대해 매우 엄격하게 보였다. 그런데 '2.0'을 선언하고 나서 지금은 이전보다 더 자유롭고 행복해 보인다. 이를 바라보는 우리도 당연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모든 일정이 대형 돔 혹은 스타디움 공연장으로만 구성된 K팝 사상 최대 규모의 월드투어 '아리랑'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오는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유럽 투어의 막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