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의 대담한 용병술이 벼랑 끝에 몰렸던 한국 축구를 구했다.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은 체코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영국 공영방송 BBC 해설진은 선제 실점 이후 에이스이자 주장인 손흥민까지 빼는 파격적인 교체 카드로 승부를 뒤집은 홍 감독을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구글 등 글로벌 포털에서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 승리 소식이 실시간으로 도배된 가운데 외신은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일제히 높게 점쳤다.
한국은 전반전부터 경기 주도권을 잡고 체코를 압박했지만 결정력 부족으로 득점을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14분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에게 허무하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가는 처지에 놓였다.
위기의 순간 홍명보 감독의 승부수가 시작됐다. 실점 직후 이재성을 대신해 황희찬을 투입하며 공격의 속도를 끌어올렸다.
황희찬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가 흔들렸고, 후반 22분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황인범이 감각적인 마무리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황인범은 이날 동점골에 이어 역전 결승골까지 도우며 멀티 공격포인트로 맹활약했다.
홍 감독의 진짜 한 수는 동점 직후에 나왔다. 경기의 무게감과 주장 손흥민이 가지는 리더십 및 상징성을 고려하면 빼기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홍 감독은 손흥민과 이태석을 불러들이고 오현규와 엄지성을 투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 선택은 승부를 가른 신의 한 수가 됐다. 교체 투입된 오현규는 후반 35분 황인범의 크로스를 정확하게 마무리하며 전세를 뒤집는 역전골을 작렬했다. 한국은 체코의 공세를 막아내며 값진 승점 3점을 챙겼다.
'BBC 라디오 5' 라이브에서 해설을 맡은 아일랜드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클린턴 모리슨은 홍 감독의 결단력을 극찬했다.
모리슨은 "홍명보 감독이 교체카드를 활용할 당시에는 주장 손흥민을 빼고 오현규를 투입한 결정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면서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올바른 결정이었다. 교체 투입된 선수가 결승골을 넣었다"고 말했다. 이어 "바로 이것이 이런 메이저 대회에서 감독이 큰 돈을 받는 이유"라며 경기 흐름과 선수들의 상태를 완벽하게 읽어낸 홍 감독의 지도력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외신은 한국 축구대표팀이 보여준 반전의 품질과 정신력에 주목했다. 모리슨은 "한국은 이번 승리와 승점 3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첫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얻으면 다음 단계 진출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또 "이 승리는 한국에 앞으로 남은 대회를 위한 자신감을 줄 것"이라며 "한국은 뒤지는 상황에서도 뛰어난 정신력과 공격 지역에서의 품질을 보여줬다. 조별리그를 통과해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경기 전체를 평가하며 모리슨은 "정말 좋은 경기였다. 후반전에 더욱 흥미진진해졌다"라며 "체코가 후반전에는 더 나은 모습을 보였지만 한국은 공격진의 질적인 우위를 통해 결국 승리를 챙겼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은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들을 벤치에서 투입할 수 있었다"며 탄탄한 선수층을 한국의 승리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체코에 대해서는 "한국을 막기 위해 경기에 나섰지만 충분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고 "대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음 경기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첫 단추를 잘 꿴 홍명보호는 오는 19일 멕시코를 상대로 조별리그 2차전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