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이 클레이턴 뉴욕 남부연방검사장을 차기 국가정보국(DNI) 국장 후보로 지명했다.
정보·안보 분야 경력이 없는 측근 빌 펄티 연방주택금융청장을 DNI 직무대행에 임명한 지 9일 만이다. 미국 정보기관 18곳을 총괄하는 최고 정보책임자 자리에 정보 분야 경험이 없는 측근을 기용한 데 대한 반발이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커지자 기존 인사를 거둬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전 세계 법조계에서 제이만큼 존경받는 사람은 드물다"며 "상원이 가능한 한 빨리 인준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클레이턴은 현재 뉴욕 남부연방검사장을 맡고 있으며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지냈다. 트럼프는 그를 세계적 로펌 설리번 앤드 크롬웰의 전 수장이자 법조계의 대표적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정보공동체를 통솔하는 DNI는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가안보국(NSA) 등 미국 정보기관 18곳의 정보 수집과 분석, 기관 간 조정을 총괄하는 자리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정보기관 간 정보 공유 실패 문제가 드러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2004년 신설됐다.
대통령에게 매일 보고되는 최고 기밀 문서인 대통령 일일정보보고(PDB) 작성도 총괄한다. 백악관의 이번 지명은 지난 2일 펄티를 DNI 직무대행으로 임명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선택으로 해석된다.
당시 트럼프는 "미국의 가장 민감한 사안들을 관리해온 경험이 있다"며 펄티를 발탁했다. 그러나 펄티는 주택금융 정책과 투자업계 경력을 제외하면 국가안보·정보 분야 경험이 사실상 전무했던 인물이다.
펄티 인선 직후 워싱턴에서는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물론 일부 공화당 의원들까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상원 정보위원회 소속 수전 콜린스 공화당 의원은 당시 "그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펄티는 트럼프의 정치적 측근으로 분류되며 최근에는 트럼프 정적들을 상대로 한 각종 금융·모기지 사기 의혹 제기를 주도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그는 영구적인 선택은 아니다. 지금 다른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펄티 지명 이틀 만에 다시 새로운 인물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일주일 만인 이날 신임 차기 국가정보국장 인선을 발표했다.
백악관의 인사 리스크는 의회 입법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원은 이날 해외정보감시법(FISA) 702조 권한을 단기 연장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찬성 198표, 반대 218표로 부결시켰다.
민주당 의원 상당수는 정보기관 경험이 없는 펄티에게 미국 정보공동체를 맡기는 데 반대하며 법안 처리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펄티를 둘러싼 논란이 FISA 연장안 표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정보 분야 경험이 없는 측근을 DNI 직무대행에 임명한 뒤 불과 9일 만에 전혀 다른 이력의 인물을 정식 후보로 내세우면서, 정보기관 최고위직 인선을 둘러싼 백악관의 인사 검증 과정에 혼선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