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14일(일)

미국의 이란 공격에 기름값 폭등, 원-달러 환율 1530원선 다시 진입

외환당국의 강력한 구두개입과 국민연금의 선물환 매도로 잠시 숨을 고르던 원-달러 환율이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외국인의 역대급 주식 매도세에 밀려 다시 상승 시동을 걸었다. 당국이 불법 외환 거래 특별 단속과 내부통제 강화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미국 달러 자산 선호 심리가 워낙 강해 환율 방어선이 위태롭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1528.9원으로 전날보다 4.7원 상승했다.


장 마감 직전에는 1530.2원까지 치솟으며 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번 상승으로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18거래일 연속 1500원대'라는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뉴스1


지난 5일 장중 1560원 선을 돌파했던 환율은 당국의 구두개입과 국민연금의 선물환 매도 조치 덕분에 지난 9일 1500원대까지 밀리며 안정세를 찾는 듯 보였다. 선물환 매도는 향후 받을 달러를 미리 매도해 원화로 바꾸는 거래로, 원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간신히 진정됐던 환율 불안이 고개를 드는 것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틀 연속 이란 공격에 나섰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맞서면서 국제유가를 끌어올렸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배럴당 93.1달러로 전날보다 1.8% 올랐다.


국제유가 급등과 함께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도 원화 약세를 부추긴다. 외국인은 11일 기준 최근 한 달간 코스피 시장에서 62조7827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상황이 험악해지자 정부는 투기성 거래와 시장 교란 행위 차단에 주력한다. 최근 환율 오름폭이 커진 배경에 원화 약세에 베팅하는 투기적 거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금융감독원은 11일 증권업계를 소집해 무책임한 영업행태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통제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서재완 금감원 부원장보는 "변동성에 위법하게 편승하는 시장질서 교란 행위나 투자자 보호를 도외시하는 위법 영업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날 재정경제부는 국가정보원·국세청·관세청 등과 함께 구성한 범정부 차원의 '불법 외환 거래 대응반'을 상시 운영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당국의 규제 중심 대책이 가진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달러 자산의 투자 매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투기적 거래 단속 등 단기 대책만으로는 환율 상승세를 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33.13포인트(0.43%) 상승한 7763.95로 마감하며 선전했음에도, 환율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기에는 거대해진 달러 매수세를 당해내지 못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