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노동부가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4.2% 오르며 3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백악관의 소통 리스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고물가 우려에 대한 질문에 "수치가 훌륭했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게 뭔 줄 아느냐. 나는 인플레이션을 사랑한다"고 답해 여론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란 전쟁 여파로 국민들이 고물가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발언이 민심과 단절됐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왜냐하면 (이란과의) 전쟁이 끝나자마자"라며 운을 뗀 뒤 "여러분이 모르던 걸 지금 얘기할 수 있겠다. 우리가 수백만 배럴의 석유를 가져오고 있는 걸 아느냐"고 반문했다.
군사 기밀을 연상케 하는 발언도 거침없이 이어갔다. 그는 "아무도 모르는 사실인데 며칠 전 밤 불빛 없이 22척의 선박을 빼냈다"며 "우리가 이란의 레이더를 박살내서 그들은 레이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물가 안정의 배경을 설명하며 "그래서 석유가 배럴당 85달러인 것"이라는 해석도 덧붙였다.
언론과 야권의 거센 질타가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포스트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의 발언이 맥락과 상관없이 왜곡 보도됐다며 즉각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을 향한 불만을 드러내며 "전쟁이 끝나면 좋아질 인플레이션 수치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전쟁이 끝나면 수치가 많이 낮아질 것이라는 게 얘기하려던 본뜻이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향후 물가 전망에 대해서는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수치는 종전 즉시 아주 낮아질 것이고 이미 매우 낮으며 앞으로도 낮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의 설화는 지난달에도 불거진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중국 방문을 앞두고 취재진이 고물가 부담이 이란과의 신속한 합의를 이끄는 동력이냐고 묻자 "조금도 그렇지 않다"며 "미국인들의 재정 상황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란의 핵무기 보유 저지라는 외교적 성과를 부각하려는 의도였으나 국민 경제를 도외시하는 듯한 직접적인 표현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 비밀 호위 작전으로 1억 배럴 이상의 석유를 전 세계에 공급했다고 가라앉지 않는 여론을 향해 해명성 주장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