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상 전문기관이 올해 태풍 발생 수가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예측을 내놓으면서 일본 전역이 긴장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일본 민간 기상업체 웨더뉴스의 분석을 인용해 올해 일본에 영향을 줄 태풍이 최대 28개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중 14개가 일본 본토에 직접 상륙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같은 수치는 평년 대비 극단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서북태평양 지역에서는 보통 연간 25개 정도의 태풍이 생성되며, 일본 본토 상륙 태풍은 3개에 못 미친다. 일본 기상 관측 역사상 연간 태풍 발생 최다 기록은 1994년 33개였고, 상륙 태풍 최다 기록은 2004년 10개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예측이 현실화될 경우 일본이 여름철부터 초가을까지 연속적인 기상 재해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달 초 일본을 강타한 태풍 장미는 교통망과 관광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안겼다. 장미는 지난 3일 새벽 와카야마현 남부 지역에 상륙했으며, 현재까지도 일본 중부 일부 지역에서는 피해 복구가 진행 중이다.
일본 기상청은 태풍 장미 상륙 당시 와카야마현 일부 하천에 최고 경보 단계인 5단계 홍수 긴급경보를 발령했다.
주민들에게는 즉시 고지대로 대피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도쿄와 가나가와현 등 동부 8개 광역지자체에도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 위험을 알리는 4단계 경보가 발효됐다.
태풍의 영향으로 일본 국내선 항공편 524편이 운항을 중단했다. 신칸센을 비롯한 철도와 지하철 운행도 전면 중단되거나 대폭 지연됐다. 미에현 오와세시에서는 3일 오전 9시까지 24시간 동안 52.6㎝의 폭우가 쏟아져 이달 최고 강수량을 기록했다.
웨더뉴스는 올해 현재까지 태풍 6개가 발생했다며, 이는 평균치를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태풍 시즌은 일반적으로 6월 초부터 10월 초까지 지속된다.
요코하마국립대 기상학과 히로노리 후데야스 교수는 "6월 현재까지 태풍 6개가 발생한 것은 월평균 3개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후데야스 교수는 일본을 향한 태풍의 빈도와 강도가 모두 증가하는 추세라며 "올해 엘니뇨 현상이 나타날 예정이며 이는 태풍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태평양에서 발달하고 있는 엘니뇨 현상이 관측 사상 최강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 상태다.
후데야스 교수는 인도양 기상 패턴 변화와 편서풍 강화로 인해 필리핀 동쪽 해상과 남중국해에서 태풍 발생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태풍이 주로 아시아 대륙 방향으로 이동했지만, 올해는 일본 쪽으로 북상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후데야스 교수는 일본 정부가 최근 도입한 새로운 경보 및 대피 시스템 덕분에 태풍 대응 역량은 과거보다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10년 전이라면 일본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는 다르다. 사람들은 대형 태풍 발생 시 행동 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철도회사들도 여행객들이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운행 중단 계획을 사전 공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행업계에서는 최악의 태풍 시나리오에 대한 준비가 아직 부족하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15년 이상 일본 관광업계에서 활동해온 여행 마케팅 분석가 애슐리 하비는 "예전에는 당일에도 신칸센 표를 구매할 수 있었고 관광객 수도 현재보다 적었으며 호텔 객실에도 여유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하비는 "하지만 현재는 상대적으로 좁은 지역에 너무 많은 관광객이 집중되고 있어 대형 태풍이 발생하면 시스템 전체가 순식간에 마비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일본 관광산업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태풍의 빈발화와 강력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비는 "열차 운행이 중단되면 관광객들은 다음 목적지로 이동할 수 없게 되고, 예약이 포화된 상황에서는 기존 숙소에서도 더 머물 수 없게 된다"며 "이 문제는 가이드와 식당 예약 등 관광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일본 역사상 최악의 태풍으로는 1959년 9월 발생한 태풍 베라가 기록되고 있다. 당시 최대 풍속은 시속 305㎞에 달했다.
태풍 베라는 와카야마현 시오노미사키를 강타해 해안 방어시설을 파괴하고 철도를 차단했으며 선박들을 침몰시켰다. 이 태풍으로 5000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