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MZ세대가 한국 아이돌의 사복 스타일을 찾아보다가 K패션에 빠져들면서, 중국 SNS 플랫폼 샤오홍슈가 한국 패션 브랜드의 새로운 수출 통로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인플루언서인 왕훙들이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K패션을 소개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한국경제가 인용한 중국 테크 미디어 36Kr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K패션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의 샤오홍슈 콘텐츠는 누적 조회수 1억8000만 회를 기록했고, 댓글과 언급량도 52만 건을 넘어섰다. 이미스와 마뗑킴 등 다른 K패션 브랜드들도 샤오홍슈에서 수천만 회에서 1억 회 수준의 조회수를 달성하고 있다.
왕훙들이 라이브커머스에서 소개한 K패션 제품들은 즉시 샤오홍슈샵과 틱톡샵 등에서 판매된다. 중국 전문 라이브커머스 업체 하우웬의 집계에 따르면, 국내 패션 브랜드 드파운드는 라이브커머스 방송 한 번으로 2억원대 매출을 올렸고, 마뗑킴은 3억원을 넘는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대표는 "왕훙이 한국의 힙한 브랜드라고 소개하며 주문받아 판매하는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현재 국내 인디 패션 브랜드 매출에서 왕훙을 통한 수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SNS에서는 왕훙들이 서울 한남동과 압구정동 등지의 디자이너 브랜드를 쇼핑하는 콘텐츠가 대량으로 확산되고 있다. K브랜드와 왕훙을 연결해주는 전문 중개업체들도 다수 등장했다.
중국 MZ세대에게 익숙한 왕훙들의 주요 활동 무대인 샤오홍슈에서 이용자들은 '서울 스트리트룩', 'K 아이돌 사복' 같은 키워드로 K패션을 검색한다.
왕훙이 제작한 사진과 동영상, 리뷰가 결합된 노트들이 검색 결과로 나타나고, 여기에 라이브커머스와 구매 링크가 연결된다. 샤오홍슈는 팔로워 1000명만 있으면 판매 방송이 가능한 구조다.
한국 브랜드들은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왕훙 커머스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서울시는 인디 패션 브랜드를 대상으로 샤오홍슈 계정 개설, 콘텐츠 상위 노출, 라이브커머스 판매 연계를 지원하는 별도 사업을 운영할 정도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스타가 입은 옷이라도 초상권 문제로 광고에 활용하기 어렵지만, 중국 플랫폼에서는 상대적으로 홍보가 자유롭다"며 "한국의 크리에이터 커머스가 광고 단계에 머물러 있다면, 중국에서는 이미 왕훙이 강력한 유통 채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 공식 법인을 설립하거나 대형 총판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샤오홍슈에서 브랜드 계정을 개설해 현지 반응을 테스트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유명 왕훙들이 현지 영향력을 앞세워 국내 가격의 70~80% 수준으로 제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무신사 등 대형 플랫폼의 할인 행사 때 저렴하게 구매한 제품에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왕훙들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중국 공식 진출 이전에 낮은 가격으로 병행수입 물량이 유통되면 초기에는 매출이 급증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현지 유통 통제력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