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여겨졌던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협력과 중국과의 교역 증가에 힘입어 경제 부흥을 이루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경제적 성공담의 주인공은 바로 북한"이라며 북한 경제가 수년 만에 가장 활기를 띄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을 직접 방문한 외국인들은 이러한 경제 호황을 목격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국경을 폐쇄했던 북한은 현재 러시아인과 일부 서방 관광객, 외교관 등 제한적 외국인에게만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북한 전문 여행사 영파이오니어의 로완 비어드 대표는 100회 이상 북한을 방문한 경험이 있지만, 최근 수년 만에 평양을 다시 찾았을 때 충격적인 변화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북한인 통역사가 차량 호출 애플리케이션 '삼흥'으로 택시를 부르며 실시간 차량 위치를 확인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이 완전히 새로웠다"며 "정말 놀라웠다"고 말했다.
평양 시내 식당들에서는 화덕 피자와 치킨윙을 판매하고 QR코드 결제 시스템도 운영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들이 도로를 누비고, 반려동물 상점과 인터넷 게임 카페, BMW 판매점까지 등장했다.
영국 콘텐츠 제작자 조지 데베들라카는 지난해 평양국제마라톤 참가차 북한을 방문했을 때 스마트폰으로 참가자들을 촬영하는 주민들의 모습에 놀랐다고 전했다.
이러한 평양의 최근 모습은 세계 최빈국으로 인식되던 북한의 기존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북한의 급속한 경제 성장은 구체적 수치로도 입증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추정치에 따르면 2024년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6조 9654억원으로 전년(35조 6454억원) 대비 3.7% 증가했다. 이는 8년 만에 최대 성장률이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에서 수십 년간 북한 경제를 연구해온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북한 경제력이 김정은 위원장 집권 약 15년 만에 정점에 도달했으며 아버지 김정일 시대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해거드 교수는 김 위원장에게 어느 정도 운이 따랐다면서도 "이처럼 가난한 국가가 이룬 놀라운 성과"라고 평가했다.
북한 경제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코로나19 국경 봉쇄로 중국과의 교역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에너지 부족으로 석탄 생산에도 차질이 생겼다.
식용유와 설탕 같은 기본 생필품조차 부족한 상황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1년 공개 석상에서 경제정책 실패를 인정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상황이 극적으로 변화했다. 북한은 2023년부터 러시아에 탄약을 공급하고 1만 5000명 이상의 병력을 파견하는 조건으로 에너지와 건설 자재, 각종 물자를 확보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은 북한이 무기 판매로 100억 달러(한화 약 15조 315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2024년 실질 GDP가 36조원대임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다.
중국과의 교역 확대도 북한 경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유엔의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중 월간 교역량은 8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북한의 디지털 경제 발전을 주도한 첨단 기기들은 중국산 부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WSJ는 평양을 제외한 북한 대부분 지역은 여전히 빈곤 상태라고 지적했다. 유엔은 2600만명의 북한 주민 중 절반 정도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WSJ는 "그럼에도 위성사진과 외부 기관 보고서는 북한의 경제 회복이 단순한 선전만은 아닐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전했다. 북한의 석유 저장시설 주변 선박 활동 증가, 주차장 차량 수 증가, 야간 조도가 5년 전보다 약 3배 밝아진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