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09일(화)

"39.8도 고열에도 출근해"... 독감 앓다 숨진 유치원 교사, '직무상 재해' 인정

40도 가까운 고열에도 출근을 강요받다 숨진 20대 유치원 교사가 직무상 재해 인정을 받았다.


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따르면 사립학교교직원연금관리공단(사학연금공단)은 이날 급여심의회를 개최해 부천의 20대 유치원 교사 A씨 유족이 신청한 직무상 유족급여 심의를 가결했다고 밝혔다.


급여심의회는 지난달 첫 번째 심의에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보류 결정을 내렸으나, 이날 재심의를 통해 A씨의 직무상 재해를 최종 인정했다.


유족 측은 지난해 10월부터 A씨가 사망한 올해 2월까지 전체 원아 120명 중 43명과 교사 2명 등 총 45명이 독감에 감염됐다는 통계자료와 함께 병가 사용을 꺼리는 직장 분위기에 대한 동료 교사들의 진술서를 사학연금공단에 제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A씨는 지난 1월 27일 B형 독감 확진 판정을 받았음에도 3일간 계속 출근했고, 이후 병세가 악화되어 중환자실 치료를 받다가 지난 2월 14일 사망했다.


전교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1월 19일부터 30일 새벽 응급실 이송까지 유치원 발표회 준비로 인한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 집에서도 늦은 시간까지 재택근무를 해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댄스와 피아노, 장구, 북 난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동시에 준비해야 했으며, 약 100m 떨어진 건물로 악기를 운반하는 등 육체적 부담도 컸다. 여기에 매주 진행되는 주간 놀이 협의와 보고서 작성 업무까지 더해져 주말에도 휴식을 취할 수 없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고열 증상이 시작된 것은 격무가 엿새째 이어지던 24일이었다. 토요일임에도 A씨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준비를 위해 출근했다. 사흘 후 병원에서 B형 독감 확진을 받고 수액 치료를 받았지만 다음 날에도 출근해야 했다.


당시 A씨는 유치원 원장에게 "독감 검사했는데 B형 독감이라고 해요. 내일 마스크 쓰고 출근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가족들이 출근을 만류했지만 A씨는 "나오지 말라고 안 하는데 어떻게 출근을 안 해"라고 답했다고 유족은 전했다.


A씨는 "출근했어여 오늘", "목소리가 안 나와", "아직도 협의 중이야ㅠㅠ" 등의 메시지를 가족들에게 보내며 근무를 지속했고 병세는 계속 악화됐다. 29일에는 38도를 넘는 고열 속에서 저녁까지 일했으며, 지인에게는 "너무 아파서 눈물 나. 집 가려고"라고 호소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다음 날인 30일에는 열이 39.8도까지 치솟았다. A씨는 "컨디션 너무 안 좋아. 오늘이 출근 중 가장 안 좋아", "38.7도야... 나 2시 지나서 조퇴하기로 했어"라고 가족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하지만 인수인계 때문에 오후 2시가 다 돼서야 조퇴할 수 있었고 이후 병원을 찾았다.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응급실로 이송된 A씨는 2주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지난 2월 14일 새벽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다.


유족과 전교조는 A씨가 과도한 업무로 인해 병을 얻었고, 폐쇄적인 사립 유치원 근무 환경으로 인해 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못해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며 직무상 재해 인정을 요구해왔다.


전교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라며 "교육부는 사립 유치원 공공성 강화와 교원 건강권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