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도 해외 시장 진출 과정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진출하려는 무대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이라면 난이도는 더더욱 올라간다.
미국은 시장 진출을 위해 규제 대응과 특허 전략, 투자 유치, 사업 파트너 발굴 등 연구개발 외에도 다양한 역량을 까다롭게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시장에서 직접 사업화 경험을 쌓아온 SK바이오팜이 K-바이오의 글로벌 진출 지원군으로 나섰다.
8일 SK바이오팜은 지난 5일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 내에 오픈 이노베이션 공간 'SK 라이프사이언스 링스(SK Life Science LinX·이하 LinX)'를 개소했다고 밝혔다.
LinX는 국내 유망 바이오텍과 스타트업이 미국 시장에 보다 안정적으로 진출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플랫폼이다.
총 160평 규모의 LinX는 공용 공간 120평과 개별 집무실 10개, 회의실 등을 갖춰 현지 비즈니스 활동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한다. 단순한 업무 공간을 넘어 국내 기업들이 미국 현지 전문가와 투자자, 연구기관 등을 연결하는 거점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LinX라는 이름의 'X'에는 교류(eXchange), 확장(eXpansion), 기회 발굴(eXploration)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SK바이오팜은 이를 통해 아시아의 우수한 연구개발(R&D) 역량과 북미 시장의 경험 및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K-Bio Bridge'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날 개소식에는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과 이사회 등 주요 임직원을 비롯해 KOTRA 뉴욕무역관, 재미한인제약인협회(KASBP) 뉴저지·뉴욕 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 미국 지사, 김상호 신임 주뉴욕총영사 등 한·미 양국의 바이오 및 경제계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미국 정치권의 관심도 이어졌다. 앤디 킴 연방상원의원은 축하 영상을 보내왔으며, 조쉬 고트하이머 연방하원의원은 지역사회 기여를 인정하는 표창장을 전달했다. 현장에서는 SK바이오팜과 KOTRA, KASBP 뉴저지·뉴욕 지부가 상호 협력을 위한 3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플랫폼 출범의 의미를 더했다.
LinX에서는 KOTRA가 주도하는 바이오 협력 컨소시엄 프로그램인 'K-바이오 글로벌 이노베이션 LinX'도 운영된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한림대학교가 운영하는 지역 창업 브랜드 'Station C'가 참여를 확정했으며, 추가 기관들과도 협력이 논의되고 있다.
컨소시엄은 미국 진출 초기 기업들을 위해 현지 정착 지원, 법률 및 특허 자문, 투자자 연결 등 실질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KASBP 뉴저지·뉴욕 지부는 이 공간에서 학술 심포지엄과 세미나를 개최하며 현지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킹 확대를 지원한다.
이번 LinX 개소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사무 공간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입할 때 가장 부족한 '현지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한 번에 지원한다는 데 있다. 바이오 산업은 연구개발 역량만으로 성공하기 어렵고, 임상 개발과 규제 대응, 투자 유치, 파트너십 구축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
SK바이오팜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배경에는 미국 시장에서 직접 사업을 운영하며 축적한 경험이 있다. SK바이오팜은 자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를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출시하고, 현지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판매 및 사업 운영 역량을 확보해 왔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현지 사업 경험과 네트워크를 실제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지원 프로그램과 차별화된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는 SK바이오팜이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ESG 경영 철학을 글로벌 무대에서 실천하는 사례라는 의미도 갖는다. 개별 기업의 성장에 그치지 않고 국내 바이오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상생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앞으로의 기대감도 크다. SK바이오팜은 KOTRA 등과 함께 LinX의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을 적극 확대하는 한편, 이달 중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바이오텍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공식 입주사 모집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더 많은 국내 기업들이 미국 현지 전문가와 투자자, 산업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상호 뉴욕총영사는 축사를 통해 "SK 라이프사이언스 LinX가 한·미 바이오 산업을 연결하는 혁신적인 가교가 되어 양국 기업 간 협력과 발전을 이끄는 중추적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SK 라이프사이언스 LinX는 단순한 공유 오피스를 넘어 한국의 유망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성장 거점"이라며 "국내 바이오텍들과의 다양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혁신 기술과 자원을 결합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지속 가능한 상생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LinX가 향후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미국 진출 성공 사례를 늘리는 것은 물론, 글로벌 파트너십과 투자 유치 확대를 이끄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