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2025년 잠재성장률이 1.52%로 떨어져 사상 처음 1.5% 선을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실질 GDP 성장률 전망이 크게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OECD가 지난 3일 발표한 최신 데이터를 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23년 1.85%에서 올해 1.66%로 0.19%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됐다. 내년에는 1.52%까지 떨어져 0.14%포인트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내년 4분기 잠재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46%에 그칠 것으로 분석돼 하락 추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OECD는 분기별로는 4분기 수치만 공개하고 있다.
OECD가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후 한국의 잠재성장률 추정치가 1.5% 밑으로 떨어지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가 보유한 노동력과 자본, 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물가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최대 성장 수준을 의미한다. 이 지표의 하락은 국가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OECD 추정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2년 3.62%를 기록한 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왔다. 2016년 2.93%로 처음 3% 아래로 내려왔고, 2023년 2% 밑으로 떨어진 뒤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6개월 전 전망과 비교해도 하락폭이 더 커진 점이 주목된다. OECD는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올해 1.71%, 내년 1.57%로 예측했었다. 내년 4분기도 1.52%로 1.5%를 약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 전망에서는 올해와 내년 추정치를 각각 0.05%포인트씩 하향 조정했고, 내년 4분기는 0.06%포인트 낮췄다.
노무라증권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잠재성장률 하락 원인에 대해 "인구 고령화와 노동 공급 감소, 자본 축적 속도 둔화 등에 생산성 향상 정체가 더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망은 최근 한국 경제 상황이 빠르게 호전되고 있는 현실과는 상반된다. OECD는 지난 3일 한국의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을 기존 1.7%에서 2.6%로 0.9%포인트 대폭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제품 수출 증가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 속보치가 1.7%를 기록한 것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반도체 업황 개선이 단기 성장률은 끌어올리고 있지만,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까지는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 OECD 데이터가 시사하는 바다.
다만 이런 호황이 구조적으로 지속될 경우 잠재성장률이 극적으로 회복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최지욱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이 올해와 내년 설비투자 성장률을 각각 4.4%, 2.7%로 전망하고 있는데, 4.4%는 코로나19 기저효과가 있었던 2021년을 제외하면 2017년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AI) 관련 투자가 대부분 설비투자, 비주거용 건물건설, 지식재산생산물 투자로 연결되는 점을 감안하면 자본 공급 여력이 높아져 잠재성장률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일 'BOK 국제콘퍼런스'에서 "한국 경제는 강건하고, 산출 갭이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산출 갭은 실질 GDP와 잠재 GDP의 차이를 뜻한다.
일부에서는 OECD 등이 제시하는 잠재성장률이 과거 추세를 중시하는 모형에 따라 기계적으로 계산한 것이어서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반박도 나온다.
그럼에도 향후 반도체 경기 개선을 경제 전반의 투자 확대와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시켜야 잠재성장률 반등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전체 설비투자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30∼35% 수준"이라며 "반도체 투자만으로는 나머지 약 70%에 달하는 설비투자 감소나 정체를 상쇄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조정, 시장 개방, 규제 개혁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지욱 이코노미스트도 "AI에 따른 초과 이익과 세수가 일회성 분배가 아닌 재투자로 이어져야 한다"며 "AI 발전이 고용 감소가 아닌 고용 증가와 노동 효율성 증대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