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이면에는 무능한 선거관리 시스템과 현장에 방치된 일선 공무원들의 눈물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BBC News 코리아는 송파구청 공무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엉망이 된 선거 현장의 민낯을 집중 보도했다.
6일 BBC News 코리아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선거 당일 송파구 내 여러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조기에 동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투표를 위해 2시간 넘게 기다리던 시민들은 분노했고, 급기야 "부정선거 아니냐"는 격렬한 항의가 빗발쳤다.
문제는 이 모든 분노의 화살을 현장에 투입된 송파구청 소속 일반 공무원들이 온전히 받아내야 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송파구청 공무원 A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저희를 선관위 직원으로 오해하고 엄청난 항의를 했다"며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자괴감이 컸고, 시위대에 둘러싸여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고 참담했던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일부 공무원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탈진해 구급대에 실려 가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대응이었다. 투표용지가 부족하다는 현장의 다급한 SOS에도 선관위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거나 "기다려라"는 식의 통보만 남겼다.
A씨는 BBC를 통해 "이런 사태가 일어났음에도 선관위 직원은 단 한 명도 현장에 나오지 않았다"며 "비상 상황 발생에 대비한 매뉴얼조차 없었다"고 선관위의 총체적 시스템 부실을 꼬집었다.
결국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단편적인 꼬리 자르기가 아닌 시스템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씨는 BBC 인터뷰 말미에 "이미 종이 투표의 시대는 끝났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려면 전자 투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러한 대안을 싫어하는 국회의원과 당사자들 때문에 실현되지 않고 있다"며, 누구 한 명의 잘못이 아닌 정치권 전체가 국회 차원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번 BBC 보도를 통해 선거 관리 시스템의 맹점과 현장 공무원들의 인권 침해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안전하고 투명한 선거 시스템 구축과 전자투표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