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05일(금)

하청노조 압박 카드 된 삼성물산 공고...시평 1위 첫 선례, 교섭 범위는 제한

시평 1위 첫 공고에 GS건설·한화 등 절차 이행 요구

공고문엔 "실질적 지배력 인정 분야 한정" 단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의 교섭요구 사실을 현장에 공고하자, 건설노조가 GS건설과 한화 등을 향해 같은 절차 이행을 요구했다. 시공능력평가 1위 업체의 공고가 하청노조 원청교섭의 첫 대형사 사례로 쓰인 것이다. 삼성물산은 공고문에 실제 교섭 범위를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한 분야로 제한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5일 건설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달 29일 전국건설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따른 '교섭요구 사실 공고문'을 현장에 게시했다. 서울지노위가 지난 4월 24일 삼성물산을 하청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사용자로 인정한 데 따른 절차다.


뉴스1


건설노조가 공개한 공고문에는 교섭 요구일이 5월 27일, 공고기간이 5월 30일부터 6월 5일까지로 적혔다. 교섭요구 노동조합은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다. 복수노조가 있는 경우 공고기간 안에 교섭 참여를 요구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삼성물산의 공고는 지난 3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10대 종합건설사 가운데 첫 사례다. 건설노조는 86개 원청 종합건설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해 왔다. 삼성물산 공고 전까지 교섭요구 사실 공고 절차를 이행한 곳은 삼정건설, 협성종합건설, 덕진토건 등 3개사였다.


노조, 삼성물산 공고 앞세워 GS건설·한화 압박


건설노조는 삼성물산 공고 사실을 공개하며 곧바로 다른 건설사를 거론했다. 


노조는 "GS건설, 한화 등 조속히 절차 이행해야"라고 밝혔다. 또 SK에코플랜트, 현대엔지니어링 등을 절차 미이행 회사로 지목하고 "불필요한 노사 갈등을 초래하지 말고, 성실한 절차 이행으로 건설현장 변화를 위한 대화를 시작하자"고 했다.


노조는 삼성물산 공고를 오히려 미공고 건설사를 압박하는 근거로 사용하고 있다. 시평 1위 업체가 절차를 밟았다는 사실을 앞세우는 것이다. 삼성물산이 먼저 공고한 이후 원청 건설사의 대응은 공고 여부에 따라 갈리게 됐다.


다만 삼성물산은 교섭 범위에 선을 그었다. 공고문에는 이번 공고가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 이행을 위한 것이며, 추후 교섭은 서울지노위 결정에서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한 분야에 한해 실시할 예정이라는 취지의 문구가 들어갔다. 교섭요구 사실은 공고하지만 노조 요구 전체를 본교섭 의제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압구정 4구역 '컬리넌 압구정' 투시도 / 사진제공=삼성물산


실제 교섭에서는 의제 범위가 먼저 다뤄질 수 있다. 하청 노동자의 임금, 작업 배치, 안전관리, 공정 운영, 현장 출입 등 가운데 어떤 항목이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 범위에 들어가는지가 쟁점이다. 삼성물산이 공고를 했다고 해서 서울지노위의 사용자성 판단을 전면 수용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원청 사용자성 판단도 최종 단계는 아니다. 지방노동위원회 판단 이후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이나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 교섭 절차와 별개로 사용자성 인정 범위, 교섭 의제, 현장별 적용 기준은 후속 절차에서 다시 다뤄질 수 있다.


타 대형 건설사도 부담 커져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삼성물산 공고 이후 대응 부담을 안게 됐다. 대한경제 보도에 따르면 삼성물산을 제외한 현대건설,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등은 지노위 판단 이후에도 교섭 공고를 하지 않은 상태다. 결정서 송달 여부, 교섭단위 분리 신청, 중노위 재심 가능성 등이 이유로 거론된다.


삼성물산은 하청노조 교섭요구 공고의 첫 대형사 사례가 됐다. 건설노조는 이 공고를 다른 원청 건설사에 대한 절차 이행 요구에 활용했고, 삼성물산은 본교섭에서 교섭 범위를 제한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삼성물산은 교섭 대상 분야, 중노위 재심 청구 여부, 실제 교섭 일정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