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별거 중인 아내가 남편 몰래 제3자의 정자로 시험관 시술을 받아 아이를 낳은 충격적인 사건이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피해 남성이 해당 병원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의료진의 확인 의무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3일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교토시 거주 남성이 불임치료 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을 상대로 1100만 엔(약 1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교토지방법원에 접수했다.
소송 경위를 살펴보면, 해당 부부는 2020년 둘째 자녀 출산을 목적으로 병원과 불임치료 계약을 맺고 수정란 냉동보관 서비스를 이용했다. 하지만 2022년 1월부터 부부는 별거 상태에 들어갔고 이혼 절차를 밟고 있었다.
문제는 이 시점부터 시작됐다. 아내는 남편의 서명을 허위로 작성한 동의서를 병원에 제출해 냉동 수정란 이식 시술을 받았으나 임신에는 실패했다.
이후 아내는 또다시 남편 명의로 위조된 동의서를 준비한 뒤, 제3자의 정자를 남편 것으로 속여 병원에 제공했다. 병원은 이를 바탕으로 시술을 진행했고, 아내는 2023년 8월 둘째를 출산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혼 협의 중 아내가 임신 사실을 공개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남편은 즉시 아내를 형사 고발했고, 법원은 지난해 4월 아내에게 사문서위조 및 행사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해당 판결은 이미 확정된 상태다.
남성 측 법률 대리인은 "병원이 정자 추가 제공 단계에서 본인과 직접 대면 확인 절차만 거쳤다면 동의서 위조 사실과 제3자 정자 사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생식에 관한 자기결정권이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진행 중인 이혼 소송에서 아내 측이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는 아이'라는 내용의 서면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남성은 이를 이번 손해배상 소송의 핵심 증거로 활용할 예정이다.
반면 병원 측은 강력히 반박하고 나섰다. 병원은 답변서를 통해 "당시 의료 규정상 배우자의 동의를 대면이나 전화로 직접 확인해야 할 법적 의무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정자가 남편 것이 아니거나 남편이 시술에 반대한다고 의심할 만한 특별한 정황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실관계를 완전히 오해한 소송"이라며 "재판 과정에서 병원의 모든 대응이 적절했다는 점을 명확히 입증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