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 대신 텀블러 사용 시 음료 값을 할인해주는 제도를 추진하자 카페 점주들은 비용 전가와 커피값 인상 우려를 제기했다.
지난 4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내부적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다회용컵 할인제'로 정리했다"며 "주요 프랜차이즈에서 일회용컵을 쓸 때와 다회용컵·텀블러를 가져갈 때 300~400원 정도 할인되도록 해 가급적 일회용컵 사용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일회용컵 가격을 별도로 부과하려던 '컵 값 따로 계산제'가 거센 반발에 부딪혀 무산되자, 이번에는 가격을 낮춰주는 인센티브 카드를 꺼내 든 셈이다.
정부는 일부 대형 브랜드가 자체 시행 중인 개인 컵 할인 혜택을 일반 골목상권 소상공인까지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텀블러나 다회용컵을 쓸 때 음료 값을 할인해주는 데 동참 의사를 밝힌 소상공인들이 꽤 있다"며 "우선 자발적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실효성과 형평성을 둘러싼 우려가 나온다. 과거 기준처럼 매장 수 1000개 이상의 프랜차이즈를 대상으로 묶을 경우 저가 커피 가맹점주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박리다매 구조인 매장에서 음료 값을 추가로 할인하면 수익성이 악화되거나, 이를 보전하기 위해 기본 음료 가격 자체를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장 충격을 감안해 "당장 할인을 강제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기후부 측은 "일회용컵 저감에 뜻을 가진 프랜차이즈와 소상공인의 참여를 최대한 독려해 텀블러 등을 쓰면 음료 값을 할인받는 '문화'를 먼저 만들고, 이후에 제도화하는 것이 장기적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장기적 제도의 틀 안에서 음료 값 할인이 의무화될 경우 점주들의 비용 부담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획일적인 할인 금액 산정을 두고도 정부가 사실상 시장 가격에 개입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재질과 용량에 따라 일회용컵 단가가 다른 상황에서 정부가 '300~400원'이라는 특정 금액을 제시하는 것이 현장 현실과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