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에서 서울 송파·강남·광진구 등 14개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사상 초유의 '투표 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과거 SBS 드라마 '야인시대'의 부정선거 모의 장면이 빠르게 재소환됐다. 사태 직후 수 시간 만에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해당 영상은 2003년 9월 22일 방영된 121회 분이다.
극 중 정치깡패 임화수(최준용 분)가 1960년 3·15 부정선거를 앞두고 부하들과 부정 수법을 모의하는 과정이 담겼다.
임화수가 "자유당은 총 투표수 중 4할을 사전투표 하기로 했다"고 하자 한 부하는 "그만큼 투표자들의 용지를 우리 쪽으로 빼내야 하는데, 국민들이 용지를 받지 못하면 가만히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이에 임화수는 "그 무식한 국민들이 뭘 알겠나. 용지가 안 나왔으면 그냥 안 나왔나 보다 하겠지"라고 답했다. 용지를 빼돌려 국민들이 투표용지를 받지 못하게 한다는 극 중 설정이 이번 인쇄 물량 부족 사태와 맞물리며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다만 영상 속 '4할 사전투표'는 1960년 자유당 정권이 자행한 역사적 부정행위를 극화한 것으로, 이번 선거 사태와는 사실관계가 다른 별개의 사안이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부족한 용지를 긴급 이송했고, 투표 마감 시간인 오후 6시가 넘도록 대기하던 유권자들에게 이후에도 투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당일 오후 9시에는 허철훈 선관위 사무총장이 "국민 신뢰를 훼손한 점에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