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04일(목)

"감자 그냥 가져가세요" 뿌려도 무용지물... 결국 다시 땅에 묻는 '이 나라'

세계 최대 냉동 감자튀김 수출국 벨기에가 8년 만의 감자 풍작을 거뒀지만 넘쳐나는 재고를 소진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중동 지역 정세 불안, 소비 위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수출길이 막힌 탓이다.


지난 1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벨기에 감자튀김 가공용 감자의 현물시장 가격은 톤당 0유로까지 떨어졌다. 올해 2월 톤당 15유로(한화 약 2만6000원)였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사실상 거래 가치가 사라진 것이다.


이번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공급 과잉이 꼽힌다. 유럽 지역은 올해 재배 면적 증가와 양호한 기상 여건에 힘입어 8년 만에 최고 수준의 감자 수확량을 달성했다. 하지만 수요가 공급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유럽 전체에 감자튀김용 감자 약 500만톤이 남아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고 부담이 커지자 곳곳에서 이례적인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벨기에 농가는 판매되지 않은 감자를 다시 땅에 매장하고 있으며, 독일에서는 수천톤의 감자를 무상으로 배포하는 행사가 개최되기도 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미국의 관세 정책 또한 큰 타격을 가했다. 미국은 영국 다음으로 유럽산 냉동 감자튀김의 주요 수출 시장인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EU산 냉동 감자튀김의 미국 수출량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 경쟁국들이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 공세를 펼치고 있는 점도 부담을 가중시켰다.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란 전쟁의 여파로 에너지 가격과 물류비가 상승했으며,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상황으로 냉동 감자튀김 운송 비용이 증가했다.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핵심 소비 시장으로의 수출에도 지장이 생기고 있다.


소비 패턴의 변화도 수요 감소를 촉진하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외식 빈도가 줄어들고 있고, 건강 지향적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감자튀김 소비가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에서는 비만 치료제 사용 증가로 튀김류 소비가 감소하는 양상도 관찰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벨기에는 2020년에도 코로나19로 인한 감자 위기를 겪은 바 있다. 당시 외식업계의 영업 중단으로 감자 소비가 급감하고 수출도 크게 줄어들면서 75만톤의 재고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