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일본 프로야구계에서 '기적의 구원투수'로 활약했던 고(故) 모리타 고키의 처절한 투병기가 부인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모리타의 부인 토모코는 30일 일본 매체 '넘버 웹'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겪었던 고통스러운 투병 과정과 함께한 시간들을 상세히 공개했다.
모리타는 1990년대 요코하마 타이요 웨일즈·베이스타즈(현 DeNA 베이스타즈)에서 전 시애틀 매리너스 투수 사사키 가즈히로와 함께 강력한 불펜진을 형성하며 전성기를 보낸 선수다. 1998년 오사카 킨테츠 버팔로즈 이적 직후 뇌종양 진단을 받았지만 이를 이겨내고 다시 마운드에 올라 '기적의 구원투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2년 현역 은퇴 후 야구 해설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으나, 2005년 뇌종양이 다시 발병했다. 암세포가 뼈 등 여러 부위로 전이되면서 10년간의 긴 투병 생활 끝에 2015년 45세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투병 기간 동안 모리타의 생활은 결코 모범적이지 않았다. 개두 수술 직후에도 음주를 계속하는 등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행동을 반복했다. 그럼에도 아내 토모코는 끝까지 남편 곁을 지키며 간병에 전념했다.
하지만 헌신적이었던 아내마저 남편과의 이별을 고려할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2014년 대퇴골 골절로 휠체어를 타게 된 모리타가 "은혜를 입은 선배를 만나러 간다"며 혼자 공항으로 떠났다.
평소 외출을 기피하던 남편이 걱정된 토모코가 해당 선배에게 확인 전화를 걸었지만, 만날 약속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결국 모리타가 은밀히 연락하던 다른 여성을 만나러 간 것이 드러났다.
토모코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참을 수 없어서 그 여성에게 직접 전화했다. '여기서만 받을 수 있는 치료가 있으니 일단 돌려보내 달라. 치료 완료 후 마지막까지 함께하고 싶다면 알아서 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모리타를 추궁하자 "헤어질 생각은 전혀 없고 단순히 머리를 식히러 간 것"이라는 어이없는 해명이 나왔다. 평생 남편을 돌보겠다고 다짐했던 아내에게는 견디기 힘든 배신이었다.
토모코는 "차라리 그쪽이 좋다면 가라고 생각했다. 그 여성도 방송을 통해 우리 상황을 알고 있어서 '남편을 빼앗을 마음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쓸데없는 행동 하지 마라. 그쪽에 갔을 때만 의지하게 해놓고 좋은 것만 취하려 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말했다"고 전했다.
큰 상처를 받았지만 부부는 결국 다시 함께하게 됐다. 분노를 억눌러야 했던 아내는 이후 사소한 다툼이 있을 때마다 모리타에게 휴대폰을 건네며 "그 여자에게 전화해보지 그래?"라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다고 고백했다.
아내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모리타의 몸은 수술 4차례, 전이 12곳, 골절 9차례를 겪으며 극도로 쇠약해졌다. 견딜 수 없는 고통과 거동 불편에 지친 모리타는 "이럴 바에야 차라리 빨리 죽여 달라"며 아내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2015년 10월, 평소와 같이 마사지를 받기 위해 대기하던 중 갑자기 심한 복통을 호소했다. 긴 고통의 여정 끝에 모리타는 마지막까지 함께한 가족들을 남겨두고 파란만장했던 인생을 마쳤다.